7월 중순 미국 뉴올리언스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촬영장. 이곳은 나뭇가지들이 복잡하게 얽힌 3층 규모의 원숭이 본거지로 변해있었다. 송수관의 이용해 이곳저곳에 웅덩이와 진창도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이곳을 ‘원숭이 마을’이라 불렀는데 실제 원숭이는 단 1마리도 볼 수 없다. 대신 수십 대의 모션 캡처 카메라와 회색 타이즈를 입은 채 찜통더위 속에서 통구이가 되고 있는 배우들만이 한가득이다. 아마도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유인원을 연기하는 사람일 것이다. 유인원들의 두목인 ‘시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모션 캡처의 1인자 앤디 서키스가 맡았다.
감독의 ‘큐’ 사인과 함께 연기자들이 움직였고, 그중 2명이 원숭이 마을의 벽을 기어올랐다. 안전그물이나 안전매트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마치 곡예사처럼 세트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나중에 제작자인 딜란 클락에게 확인해보니 그들은 진짜 곡예사였다.
“전작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스턴트맨을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서커스단 곡예사를 기용했어요. 시각 특수효과(VFX)팀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보다는 6m 높이에서 나뭇가지 사이를 점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연기를 시키는 편이 훨씬 현실감 넘치니까요.”
VFX 측면에서 이 영화는 모션 캡처를 넘어서는 ‘퍼포먼스 캡처’의 새 장을 열어젖혔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퍼포먼스 캡처는 배우들이 그린스크린이 쳐진 실내에서 연기해야 하고, 촬영도구도 배우의 머리에 장착한 카메라에 의존해야 했지만 VFX팀의 조 레터리 감독은 촬영장소 주변에 소형 모션 캡처 카메라를 잔뜩 설치해 배우들의 옷에 부착된 LED와 얼굴에 붙인 반사 마커를 전 방향에서 추적함으로써 야외에서도 퍼포먼스 캡처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가지고 연기자의 표정과 몸짓을 3차원으로 정확히 알아낸다.
덕분에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퍼포먼스 캡처는 과거의 어떤 영화보다 정밀하고 유연하다. 동작의 미세한 느낌과 배우들의 분위기까지 화면에 담아낸다. 이는 다른 기술로는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실사와 디지털, 인간과 비인간이 뒤섞인 촬영기법으로 제작됐다. 여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나 돌연변이들과 달리 이 유인원들은 결코 허구적 존재도,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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