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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롯데하이마트

더 커지는 시장 지배력<br>수익성 악화 탈출할까

롯데하이마트가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외형을 키우면서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일시적인 비용인 만큼 2015년엔 상당 부분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26%. 2014년 3분기까지 롯데하이마트의 누적 영업이익을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다. 롯데하이마트는 2013년 3분기까지 1,550억 원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4년에는 같은 기간 1,1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13년 3분기까지 5.97%였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09%까지 미끄러져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창립 이후 잦은 위기설에 시달려온 롯데하이마트가 이번엔 진짜 위기를 맞은 것일까?

풍파가 끊이지 않았던 기업

롯데하이마트는 그 출생부터 우려를 달고 시작했다. 1999년 하이마트 출범 때만 해도 국내 가전유통 시장에선 대기업 제조사 대리점들의 시장점유율이 80~90%에 달하고 있었다. 때문에 ‘전 세계 제조사들의 다양한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전국구 단일 유통 체인점’을 표방하는 하이마트를 실험적인 사업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한 하이마트였지만 초기 성장세는 놀라웠다. 사업 첫해인 1999년 198개 매장을 오픈하며 6,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1조 2,000억 원 매출을 올리며 유통업계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다음 해인 2001년에도 1조 5,0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등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당시 하이마트의 점포당 연간 매출액은 거의 70억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선 위기가 자라고 있었다. 단기간에 고성장한 하이마트에 적대적 인수합병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하이마트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종업원지주회사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취약했다. 가팔랐던 성장도 정체됐다. 2002년 224개였던 매장 수가 2004년엔 221개로 오히려 3개 감소했고 매출액도 3년간 1조 8,000억 원으로 정체돼 ‘출범 5년 만에 독자적인 가전유통 기업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5년 지분을 정리하며 미국계 사모펀드 AEP(Affinity Equity Partners)를 주인으로 맞은 하이마트는 잠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2007년 또다시 유진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후 2012년까지 하이마트는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하이마트의 경영이 정상화된 건 2012년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부터였다. 같은 해 사명도 하이마트에서 롯데하이마트로 변경됐다.

2013년까지 이어진 호실적

2012년까지 경영권 잡음을 달고 살았던 하이마트였지만 의외로 실적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의 매출 정체기를 제외하면 하이마트는 거의 매년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이마트는 2006년 2조 원 매출을 넘은 이후 4년 만인 2010년 3조 원 매출을 돌파해 국내 가전유통 시장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시장지배력 역시 커졌다. 하이마트는 1999년 출범 당시 80~90%를 차지했던 대기업 제조사 대리점들의 시장점유율을 50% 아래로 주저앉혔다. 2010년 이후 롯데하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40% 중후반대(상위 4사 기준)를 유지, 업계 내 독보적인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2년 롯데그룹의 하이마트 인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경영활동에서의 잡음이 실적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하이마트인지라 ‘그룹사의 안정된 경영진 아래에서 이 기업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인수 이듬해인 2013년엔 그 기대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듯 보였다. 1년 동안 매장 수가 40개나 더 늘어나 총 매장 수가 360개를 기록하는 등 큰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전까지는 2011년 22개 매장을 오픈한 게 최다 기록이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하이마트의 연평균 출점 수는 9개 정도에 불과했다.

매출액도 창사 이래 최초로 3조 5,000억 원을 넘어서 3조 5,100억 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건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게 아니라 내실까지 좋았다는 점이다. 급격한 외형 성장에도 영업이익률은 2012년 5.01%보다 더 높은 5.25%를 기록했다. 시장도 이에 화답해 2012년 4만 원대였던 주가가 2013년 12월엔 9만 1,4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2014년 수익성은 나락으로

2014년에도 매출 실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조 7,989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7.9%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6%나 감소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2분기는 더 처참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5%나 급감했다. 1,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2.47%, 3.82%로 직전 연도 평균 영업이익률 5.25%에 한참 못 미쳤다. 기업의 영속성이나 지속성이 의심 받았던 과거에도 이 정도 어닝 쇼크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시장의 평가는 혹독했다. 몇몇 언론에선 한병희 대표의 경영 능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롯데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만큼 못 내고 있다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그룹 내부에선 한 대표가 롯데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 실적 부진 때문에 인사 시즌에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나돌았다. 한 대표는 오리지널 하이마트 출신으로 롯데하이마트 등기이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2012년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대표이사직에 오른 한 대표는 그간 혼란스러운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있었던 임시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 성공,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다만 2016년 정기주주총회 개최일까지로 임기를 제한해 ‘1년짜리 대표이사’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달았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다시 한 번 한 대표에게 믿음을 표현했다는 의견과 견책의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일시적인 비용 증가가 원인?

시장에서는 그동안 한 대표가 기획했던 주요 사업들이 이제 곧 결실을 맺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온다. 실제 지난 11월 나온 3분기 실적발표에서 롯데하이마트는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것으로 나와 1, 2분기의 34.6%, 40.5% 하락에 비해 낙폭이 상당히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롯데하이마트 IR 관계자는 말한다. “이번 실적발표를 보면 3분기 영업이익이 굉장히 많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분기 역시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요. 2015년 전체 전망도 2014년 3, 4분기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오를 전망이고요. 예전처럼 5%대까진 못가더라도 4%대까지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도 롯데하이마트의 의견에 동의한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2014년 상반기까지 롯데마트 내 가전 점포들이 전부 롯데하이마트로 바뀌면서 굉장히 많은 비용 지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일회성 비용이죠. 때문에 이들 비용이 사라지는 2015년에는 2014년 수준으로만 영업을 해도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난해 신규 출점한 점포들이 워낙 많아 이들 점포가 안정화되면 전체 매출도 꽤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고요.”

롯데하이마트는 2012년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총 117개 점포를 새로 오픈했다. 롯데그룹의 일원으로서 ‘롯데’다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셈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이렇듯 외형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건 롯데마트 안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오픈한 매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숍인숍 매장은 일반 점포에 비해 오픈 및 시설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 2012년 이후 오픈한 롯데하이마트 117개 점포 중 90여 개가 넘는 매장이 롯데마트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했다. 롯데하이마트 입장에서는 외형을 크게 늘리면 서도 비용 지출은 최소화한 셈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점포를 오픈했기 때문에 영업비가 크게 늘 수밖에 없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71개 점포를 오픈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록적인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 됐다.

숍인숍 형태의 매장 수 확대

시장 일부에서는 낮은 매출 증가율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늘어난 점포 수에 비해 매출 증가폭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점포 당 분기 매출은 2013년 25억 원에 육박했지만 2014년엔 21억 원대로 16%나 쪼그라든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측은 매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롯데하이마트 IR 관계자는 말한다. “신규 출점으로 매장 수가 많이 늘어난 건 맞지만 새로 오픈한 점포들이 롯데마트 안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간 경우가 많아 평균 매장 크기가 작습니다. 기존 점포들에 비해 매장 크기가 작은 만큼 매출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죠. 평당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롯데하이마트의 판단 실수도 점포당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매장 크기 문제도 있지만 롯데하이마트 측에서 숍인숍 매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습니다. 독립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선 대형 가전의 매출 비중이 높은데, 마트 안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 매장에선 생활가전과 모바일의 매출 비중이 높아 차이를 보입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거의 비슷한 상품으로 숍인숍 매장을 구성해 일부 매장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제한적인 수익성 개선 예상

시장에선 올해 롯데하이마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시장지배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롯데마트 내 숍인숍 출점이 거의 완료됨에 따라 비용 지출이 줄 것이고, 매장 수가 늘어난 만큼 시장점유율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일부에선 장기불황이나 온라인 유통채널의 성장 등 비우호적인 유통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손 연구원은 말한다. “‘엄청나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전제품 유통시장 자체가 위축돼 있으니까요. 롯데하이마트가 크게 치고 나가려면 소비경기가 많이 좋아지든가 소비자가 혹할 만한 새로운 제품군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는 둘 다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온라인이 워낙 강세이다 보니 전체 시장을 조금씩 깎아 먹고 있는 상황이죠.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측의 대응이 민첩한 것 같지도 않고요. 롯데그룹 내에서 옴니채널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긴 한데,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아직 눈에 띄는 전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전제품 유통사업의 성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양 연구원은 말한다. “가전양판점이라는 업태의 성장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베스트바이도 그렇고 일본의 야마다전기도 그렇고 전부 벽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직구 이슈도 크고 온라인 시장의 성장성도 상당합니다. 경기 불황, 구조적인 문제, 정부 규제 등 다른 문제들도 산적해 있죠. 앞으로 나오는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에 따라 ‘가전양판점 업태의 성장’에 대한 시장의 의문도 커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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