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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애스턴마틴 라피드S

영국 최고급 스포츠카 국내 상륙 “100년 전통 귀족의 차라 뭔가 다르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애스턴마틴이 만든 4도어 4인승 모델 라피드S는 뭔가 색달랐다.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운 외관, 클래식 감성이 묻어나는 실내, 자연 흡기 12기통 가솔린 엔진이 뿜어내는 넉넉한 힘.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를 선도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_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 사진_애스턴마틴 서울 (크래송 오토모티브) 제공

제 한국에서도 어지간한 고급차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이탈리아산 슈퍼카를 넋 놓고바라보던 촌스러운 시절도 지나갔다. 그래도 아직 한국땅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차들이 있다. 애스턴마틴도 그중 하나다. 애스턴마틴은 1913년 설립돼 100여 년 역사를 지닌 영국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다.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타고 다니는 스포츠카가 바로 애스턴마틴이다. 007시리즈는 1964년 ‘007 골드핑거’부터 DB5 모델을 등장시켰다. 새로 나올 24번째 007시리즈 ‘스펙터’에서도 제임스 본드는 애스턴마틴을 몰고 나올 예정이다.

애스턴마틴은 영국 색채가 강하다. 귀족들이 타던 멋스러운스포츠카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영국 게이돈 주에 자리 잡은 공장에서 수공업 방식을 기본으로 생산되고 있다. 컴퓨터 같은 독일차나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드러내는 이탈리아 슈퍼카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조금은 절제된 듯,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면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영국 귀족 같은 애스턴마틴이 국내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유용일 ‘애스턴마틴 서울’ 대표는 “영국적인 멋과 역동성을 간직한 애스턴마틴을 이제야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며 “개성 있는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브랜드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애스턴마틴 서울’은 뱅퀴시 컨버터블 모델인 볼란테와 쿠페, 4도어 모델인 라피드S, DB9 컨버터블 모델인 볼란테와 쿠페 외에도 V12 밴티지와 V8 밴티지를 판매하고 있다.

인천시 영종도에서 만난 녀석은 애스턴마틴 라피드S. 4인승 4도어 스포츠카였다. 길이가 5미터를 넘었지만 둔해 보이지않았다. 비율 좋은 몸매는 사람이든 자동차든 대상을 돋보이게한다. 도로에 납작 엎드린 라피드S는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거대한 오각형 그릴을 얼굴 가득 벌리고 있었다. 이등변 삼각형모양을 한 타원형 헤드램프는 후드 위까지 올라붙어 있었다. 애스턴마틴이 과거부터 이어온 DNA가 그대로 느껴졌다. 고급스러움과 중후함, 클래식과 하이테크가 교묘히 어우러진 모습이썩 잘 어울렸다. 긴 후드는 부드럽게 앞유리와 이어졌다. 뒤로 누운 앞유리를 지나는 선은 지붕과 뒷유리를 긴장감 있게 떨어뜨렸다. 쿠페의 형상이었다. 앞뒤 펜더는 근육을 키워 한껏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20인치 휠을 제대로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였다.덕분에 탑승석은 앞뒤 바퀴 사이에 푹 파묻힌 것처럼 보였다.

차 문을 여는 방법도 여느 차량과 달랐다. 손잡이가 차체에평평하게 숨겨져 있었다. 손잡이 앞부분을 누르면 지렛대처럼움직이며 뒤쪽이 튀어나오는 식이었다. 그걸 잡고 문을 열었다.편리하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남과 다르다’는 특별함을 표현하는 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무엇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문이 열리는 형태도 달랐다. 수평으로 반듯하게 열리지않고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면서 열렸다. 이건 꽤 괜찮은방법인 듯싶었다. 차체와 문 사이 공간이 많이 생겨 차에 타고내릴 때 다리 움직임이 훨씬 편했다.

실내는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자랑스럽게 ‘핸드 빌트 인 잉글랜드’라 새겨진 금속판을 도어 스텝에 달아놓았다. 의자와 문짝, 센터페시아는 가죽으로 덮은 뒤 붉은색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놓았다. 천장과 기둥은 스웨이드와 비슷한 질감인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감했다. 좌석 4개는 모두 스포츠카에 사용하는 버킷 시트였다. 앞좌석엔 뒷자리 승객을 위해 모니터까지 달아놓았다. 뱅앤울룹슨 스피커는 차량 내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센터 콘솔 양쪽 벽에도 스피커가 있었다.

계기반과 센터페시아를 구성하는 각종 조작 버튼들은 동그란 모양으로 통일되어 있다. 버튼을 마감한 테두리는 금속으로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했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엔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운전대에도 각종 조작 버튼이 충실하게 달려 있다. 스포츠 쿠페답게 당연히 패들 시프트도 장착되어 있고, 가죽을 감싸놓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는 화면이 숨어있다. 얼핏 봐선 이 모든 구성이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전통을 고수하는 고집이숨어있다. 애스턴마틴이 과거부터 사용하던 구성이다. 눈에 익을수록 고급스러움이 훨씬 잘 느껴졌다. 한마디로 말해 질리지 않는 차였다.

시동 버튼은 센터페시아 윗부분 가운데에 있다. 브레이크를밟은 상태에서 이곳에 키를 꾹 누르면서 꽂으면 시동이 걸린다.변속기는 버튼식이다. 시동 버튼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주차와후진 기어버튼이 나란히 있고, 오른쪽엔 중립과 드라이브 버튼이 차례로 있다. 센터페시아 맨 아래에는 주행 모드 선택 버튼과 서스펜션 감도 조정 버튼이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 변속기가 자리 잡고 있는 센터 콘솔 부분에는 컵 홀더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좌석 열선·통풍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의자 위치를 조정하는 버튼은이곳 센터 콘솔 좌우 벽 부분에 달려 있다. 즉, 운전석 조절 스위치는 운전자 오른쪽 허벅지가 닿는 부분에, 조수석은 탑승자 왼쪽 허벅지가 닿는 위치에 달려 있다.

트렁크는 일반 세단처럼 뒷자리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뒷좌석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앞으로 접힌다. 그만큼 트렁크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뒷좌석은 2명이 앉을 수 있는 독립된 스포츠 버킷 시트로 구성되어 있다. 센터 터널을 높여 좌석 사이를 분리하고 그 위를 송풍구와 컵 홀더, 좌석 온도 조절과 공조를 위한 다이얼과 버튼을 채워넣었다.

시동을 걸었다. 6리터 12기통 자연 흡기 가솔린 엔진이 내뿜는 웅장한 엔진음과 배기음에 놀랐다. 울림 있는 소리가 감동적이었다. 빨리 가속페달을 밟아보라며 충동질을 해댔다. 드라이브 변속버튼을 누르고 첫 거동을 시작했다. 저속에서의 움직임은 여느 고급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씩 속도를 올렸을 때 반응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확’ 터지는 터보엔진 차량과 달리 순수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만큼 정직하게 차체가 움직였다. 552마력, 63.2kg·m 토크를 발끝으로 정교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운전자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선사해주었다. 특히 토크가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유지되어 어떤속도 영역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카지만 먼거리를 고속으로 편히 달릴 수 있는 GT(Grand Touring)카 성격이 느껴졌다.

계기반도 독특하다. 엔진회전수를 보여주는 RPM 타코미터는 반시계 방향으로 바늘이 움직인다. 최대회전수는8,000RPM. 흥미로운 점은 엔진 회전 한계 지점을 알려주는붉은색 표시(레드존)가 없다는 점이다. 얼마든지 엔진 회전을높여서 운전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ZF사가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럽다. 12기통 엔진과 8단 변속기가 만나 최고속도를 시속 327km까지 끌어올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4초. 스포츠카가 확실했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일상생활에서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녀도 무리가 없는 안락함마저 느껴졌다. 중저속에서도 안락하지만, 고속으로 가도 휘청거리거나 불안하지 않았다.회전 구간에서 몰아붙여도 차량이 밀리지 않고 도로를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이건 차 좀 만든다고 하는 유럽 쪽 메이커들을 경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속도가 쭉쭉 올라간다. 엔진과 배기가 울부짖는다. 손에 땀이 흐른다. 불안해서가 아니라 흥분돼서다. 스포츠 모드에선 몸놀림이 더욱 역동적으로 변한다. 배기음도 더 솔직하게 울어댄다. 서스펜션마저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도로를 파헤치듯 달린다. 제동은 확실하다. 라피드S는 급가속, 급출발, 급제동이라는 세 가지 급하고 과격한 움직임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무게배분을 48 대 52로 잡아 차체 균형을잘 잡은 것도 큰 몫을 하고 있었다.

애스턴마틴은 자신들이 어떤 차를 만들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들은 럭셔리 스포츠카와 컨버터블, 4도어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차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차를 만들고 있다. 포르쉐도, 람보르기니도, 페라리도 타본 사람들, 강남에서 이미 식상한 차량들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애스턴마틴의 타깃이다.

명품은 희소성이 생명이다. 단순히 눈에 적게 띄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본래 기능이 훌륭해야 함은 기본이다. 여기에더해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물론 소재까지 특별해야 한다. 라피드S는 명품이 확실하다. 직접 타보면 가격표를 보지 않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라피드S의 기본형은 3억 3,35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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