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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기업문화의 힘'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안정된 기업문화가 조성된 기업은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다양성을 긍정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문화는 죽은 걸까? 왕년의 전설적인 기업 성공 스토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성공 스토리에는 항상 탁월한 영웅과 정신(精神)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전설적인 기업에는 탁월한 리더십과 기업문화가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휠체어 타고 법원을 드나드는 경영자와 정신 나간 부도덕한 기업 행위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젠 익숙해진 탓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현재 위기는 탁월한 리더십과 기업문화의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문화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왔다. 학계에서는 기업문화를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로 정의한다. 미국 MIT대학의 샤인(Schein)교수는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정체성과 목적을 다시 평가해야 할 때 그들의 판단과 적응력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기업문화라고 말했다. 즉 기업문화란 어떠한 위기에서도 기업을 지탱해주는 정신적 버팀목인 셈이다.

따라서 기업문화가 약해지면 외부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조직 구성원의 판단력과 정체성이 가장 치명상을 입게 된다.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를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만다. 그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기업문화의 부재로 인한 불행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GM은 지난 2008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100년 넘게 유지했던 GM의 자존심은 하루아침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과연 GM은 무엇을 잃었던 걸까? 품질을 앞세운 일본 기업과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유럽 기업과의 기술 경쟁력에서 밀린 걸까? 이보다는 GM이 회사 고유의 정신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GM은 파산보호 신청 이후 3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GM은 천우신조(天佑神助)로 탁월한 리더십과 기업문화를 다시 얻었던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밥 루츠( Bob Lutz) 전 부회장이었다. 그는 GM의 실패를 ‘GM 정신’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밥 루츠 전 부회장은 GM의 실패가 ‘ 카 가이( Car Guy)’ 의 종말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즉 고객들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살았던 ‘ 카 가이’ 들이 GM의 관료주의에 희생되어 힘을 잃어버리고 콩을 세듯 원가관리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빈 카운터(Bean Counter)’들이 권력을 장악한 것이 GM의 정신을 잃게 됐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GM은 자동차 회사로서 본연의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정작 해야 할 일은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만드는 것인데, 어느새 공급자 위주의 원가관리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체성과 판단력에 결정적인 경직현상이 온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은 직원 사이에 만연하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된 마당에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차를 만들기란 애초부터 힘겨운 일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GM 고위간부들은 신차를 개발하면 무료로 그 차를 신청하여 타고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공짜로 주어진 차는 품질에 대한 불감증을 선사했다. 자기 돈을 주고 산 차라면 마땅히 치열하게 따지고 볼테지만, 그들은 공짜의 매력에 영혼을 팔아버린 꼴이 된 것이다.

밥 루츠는 과거 GM의 전설을 되찾고자 강력한 리더십으로 ‘탁월함을 지향하던 문화(Culture of Excellence)’를 강조했다. 밥 루츠에게 ‘카 가이’는 바로 GM의 정신이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원가와 매출 등 숫자놀음만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보다는 우뇌형 인재를 육성했다. 즉 GM의 기업문화를 지탱해주었던 ‘ 카 가이’ 처럼 상상력과 트렌드를 포착하는 능력, 그리고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의 소유자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또한 디자인팀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주고 젊은 디자이너 육성에 집중했다.

밥 루츠가 부임한 지 3년 만에 GM은 부활했다. 그간의 치욕을 뒤로하고 옛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이다. 바로 밥 루츠라는 탁월한 리더십과 ‘카 가이’라는 기업문화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모든 문제는 기업 내부의 정신이 가장 약해졌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그것도 치명적으로 말이다. 경영자는 앞만 보고 달리는 일꾼이 아니다. 본인만 바쁘면 곧 위험해진다. 경영자는 일단 기업문화를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잡아야 한다. 내부의 정신이 약해지면 GM과 같은 전철을 언제든지 밟을 수 있다.

경영자가 기업문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업문화로 기업 내부가 안정되어 있다면 경영자는 자신의 에너지를 외부의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기업내부가 불안정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언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경영자가 외부의 일에 집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집안이 안정되어 있다면 가장(家長)이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집안이 시끄럽다면 바깥일도 잘 안 되는 법이다. 안정된 기업문화가 조성된 기업은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어 자신들의 다양성을 긍정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문화가 정비되어 있지 않거나 불안정하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성은 금세 절대적 이기주의로 돌변하여 조직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찾게 되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제도는 절대로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제도는 또 다른 제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정신이 있으면 불편한 절차 따위는 별 문제가 안 된다. 정신은 늘 제도 앞에 있는 것이다. 월급 주기 아까운 조직 구성원을 어떻게 혼내줄까도 고민해야겠지만,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의 정신으로 연결하여 안정된 조직을 만들 것인가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을 흔드는 불안정과 유혹이 너무나 많은 시절이다. 경영자가 나서서 기업문화를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경영자의 확신이 없는 한, 조직 구성원들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기업문화다. 능력만 있고 정신이 없는 직원에게 조직은 더 이상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공유되지 못한 경영자의 가치는 경영자의 아집에 불과하다. 직원은 리더를 관찰하고 학습하며 모방하게 되어 있다. 직원들의 눈은 매우 단순하고 순박하다. 보고 느낀 대로 판단한다. 따라서 경영자가 하는 말과 행동은 조직 구성원의 관찰 대상이자 학습의 중심, 모방의 표상이다.

경영자가 먼저 기업문화의 모델이 되어야 하고 실행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기업문화를 준수하고 따르는 것이 딴짓을 하는 것보다 본인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한다.


신제구 교수는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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