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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 혁명] 자율주행자동차

기계 대 인간의 대결

따뜻한 아침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 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소노마 레이싱 경기장을 찾았다. 레이싱에는 최적의 날이었다. 그때 ‘로비(Ro bby)’라는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 한 대가 필자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로비는 사람이 아니다. 자동차, 정확히 말해 자율주행 자동차다. 외관은 아우디의 스포츠 세단 ‘RS7’ 모델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가속도계, 고정밀 GPS 수신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현존 최고의 첨단 자 율주행 장비가 총망라돼 있다.

아우디의 자율주행시스템 ‘파일럿 드라이빙(Piloted Driving)’ 프로그램 책임자인 클라우스 퍼바인은 필자에게 이날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로비가 필자를 보조석에 태운 채 4㎞ 길이의 서킷을 주행하게 된다. 그리고 필자가 일반 RS7을 운전해 로비의 기록을 깨야 했다. 그야말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이었다.

로비의 보조석에 탑승하니 운전석에 앉아있던 아우디의 엔지니어 마커스 호프만이 수인사를 건넸다. 오늘 그의 임무는 단 하나였다. 혹여 주행 중 로비에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킬 스위치를 눌러 유인 운전 모드로 전환하는 게 그것이다.

필자는 안전밸트를 매고, 헬멧의 턱끈을 조였다. 이윽고 호프만이 중앙콘솔의 버튼을 눌렀고, 로비는 총알처럼 맹렬한 기세로 튀어나갔다. 속도가 순식간에 시속 100㎞, 120㎞, 140㎞를 통과하더니 첫 번째 회전구간이 나왔다. 그러자 로비는 급제동을 걸면서 커브 진입에 최적의 상태로 속도를 낮추고, 핸들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왼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커브를 부드럽게 통과한 뒤 다시 스로틀을 열고, 다음 회전구간으로 나아갔다.

필자는 로비가 정말 뛰어난 운전 실력을 지녔음을 금방 깨달았다. 저돌적이었지만 깔끔했고, 빠르지만 거칠지는 않았다. S자 코스도 물의 없이 통과했으며, 정밀한 제동으로 타이어 마모를 최소화했다.

벽이나 연석과는 항상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마치 프로 자동차 경주의 컴퓨터 버전을 보는 듯 했다. 엔지니어들은 로비를 활용해 인간 운전자는 결코 신경 쓰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할 것이다.

급정거나 급격한 조향 시의 하중 변화, 잔디 및 자갈길 주행 시의 정지마찰력 변화 같은 것들 말이다. 덕분에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로비처럼 빠르게 달리면서도 주행 조건의 변화에 맞춰 신속 정확하게 반응할 것이다. 퍼바인에 따르면 로비는 운전스타일도 인간과 다르다.



사람은 차량을 물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다가 문제가 생기면 물러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조심스럽게 시작해서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로비는 이론상 언제나 안전합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킬 스위치를 눌러본 적이 없어요.” 로비는 트랙을 여러 바퀴 주행한 후 피트인을 했다. 이젠 필자의 차례였다. 일반 RS7 차량의 운전석에 앉은 필자는 출발신호와 함께 힘껏 액셀을 밟았다. 필자는 전문 레이서는 아니지만 나름 서킷에서 달려본 경험이 많다. 그럼에도 소노마 서킷은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굽이길도 많고, 고도 변화도 심했다. 트랙에 맞춰 제동과 조향, 스로틀을 조작하느라 다른 것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필자는 어느새 로비가 트랙을 달렸던 코스 데로 똑같이 따라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비에 비해 뭔가 어설펐고, 느렸다. 단적인 예로 로비가 부드럽게 통과했던 연석을 덜컹거리며 넘어가기 일쑤였다.

물론 초보자라면 필자의 운전실력도 상당해 보이겠지만 말이다. 최종 결과는 로비가 2분 2초, 필자는 2분 10초였다. 로비의 승리였다. 프로 레이서들의 평균 기록 1분 55초보다는 늦지만 로비는 물러설 줄 안다는 점에서 프로에 버금가는 성적이라 해도 허언이 아니다. 레이싱 트랙과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마주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로비의 구동 메커니즘
아우디의 엔지니어들은 소노마 서킷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행하는 방법을 학습시키기 위해 로비에게 서킷의 노폭이나 고도변화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했다. 그러면 로비는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 선회를 할 때마다 가장 완벽한 주행방향을 파악한다. 또한 차량의 균형과 안정성을 지속 측정해 최적의 제동, 가속, 변속 시점을 찾아낸다.

엔지니어들은 또 도로 위에 돌이나 물, 얼음, 다른 차량 같은 장애물을 설치한 채 로비를 주행시킴으로서 각종 장애물에 대응하는 알고리즘을 정밀 조정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향후 로비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채용된 차량이 출시되면 어떤 위험상황도 알아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상급 레이서와 호각지세의 운전실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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