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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생명공학기술(BT)을 의약품 제조와 융합해 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린 모범사례입니다."
지난 3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바이오의약 전문기업 셀트리온을 택했다. 공격적 투자, 인재양성, 창조적 기술력 등을 토대로 한 창조경제의 대표 기업으로 꼽은 것.
그리고 3개월 뒤인 6월 말.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선진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따냄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인 1970년대에는 종합상사를 통한 도소매업과 섬유산업이 국가경제발전을 견인했다. 1980년대부터는 중동 붐을 탄 건설, 중화학공업단지를 바탕으로 한 중공업과 백색가전이 중추로 부상했다.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ㆍ휴대폰 등 전자산업과 정보통신서비스가 국가주도산업으로 떠올랐고 2000년대에는 자동차ㆍ조선 등 운송장비, 기계산업 등이 주력산업이 됐다. 모두 선진국을 추격해 따라잡은 결과였다.
이와 달리 바이오ㆍ제약산업은 전환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에서 가장 '퍼스트 무버'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관련 기업들의 혁신에 따른 결과물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가며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의 산업인 것. 전자ㆍIT산업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꼽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높은 투자비용과 진입장벽을 뚫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내며 글로벌 제약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셀트리온은 갯벌을 메워 만든 송도의 허허벌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최첨단 항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개발에 나서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부분의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해 국내에 전량 투자했다. 2000년 창업 당시 2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500명의 고급인력이 일하는 중견그룹이 됐다.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함으로써 국내 기업은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가 만료된 항체의약품을 개발,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었다. 램시마는 30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벌 'TNF-α 억제' 시장에서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경쟁하게 된다. 후발주자와는 3~4년으로 격차를 벌린 상태다. 램시마는 유럽 허가 승인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허가를 획득했다.
램시마 승인의 의미는 남다르다.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뛰어난 항체의약품으로 보다 많은 국가에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0여년간의 부단한 투자를 통해 이룬 '항체의약품 개발'이라는 성과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항체의약품은 1개 제품의 시장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정도다.
셀트리온은 두번째 제품인 유방암 치료제와 관련해 한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허가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세번째 제품인 혈액암 치료제도 올해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등 매년 상업제품을 추가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더불어 종합 독감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신약 개발이라는 장기 목표를 향해서도 전진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도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파미셀이 국내 식약처로부터 제품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로 급성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를 내놓았다. 이어 메디포스트가 골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을, 안트로젠은 크론성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을 선보였다. 의료계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가 치료법이 없거나 효과가 미미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 재생의학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줄기세포치료제의 발 빠른 제품화는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세계 최초의 동종(타가)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은 지난해 1월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뒤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110여개의 병원에서 투여됐다.
시판 초기 월 20~30건 정도의 시술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 월 평균 50~60건으로 증가했고 7월에는 85건으로 월 최다치를 기록했다. 연내 월 손익분기점(100~120건 추정) 돌파가 유력하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타가 줄기세포치료제는 규격 제품화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산업화와 시장성 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홍콩에서 첫 수술을 진행하며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홍콩생명과학사와 해외 직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호주 최대 암전문병원인 피터매컬럼 암센터 산하의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셀테라피스사와 판권(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사상 첫 줄기세포치료제의 의료 선진국 수출계약이라는 쾌거를 올린 것.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메이저 다국적 제약사 2~3곳과 미국ㆍ유럽 지역 판권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알츠하이머성 치매(뉴로스템)와 폐질환(뉴모스템) 등 후속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더욱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열어젖히자 대기업 투자도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으려는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화케미칼이 개발 중인 류머티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3상을 마치고 식약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아이덱의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SB4'를 화이자가 개발한 오리지널 항체의약품 '엔브렐'과 비교하는 글로벌 임상시험 1상을 최근 시작했다.
이 외에 LG생명과학이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SK케미칼과 CJ제일제당의 바이오의약품인 성장호르몬ㆍ백신 등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과거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던 초창기와 유사한 흐름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전자업계 최고 강자가 됐듯 바이오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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