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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내부적으로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사 체제 구축 등에 대해 물밑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와 관계없이 차제에 그룹 전반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소유·지배 구조 전반의 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미 일차적으로 롯데그룹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검토에 들어갔으며 이 중에는 과거 시장에서 거론되던 다양한 시나리오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우선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계로 호텔롯데 상장을 꼽고 있다.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상장될 경우 롯데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호텔롯데의 지분 90% 이상을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L투자회사 12개(72.65%)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질 경우 일본의 지분 비중을 낮출 수 있다. 현재 한국 롯데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호텔롯데의 상장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은 없지만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많은 롯데 계열사가 상장 요건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요건은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등이다.
관건은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찬성 여부다.
양쪽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분 구조가 불확실해 기존 주주들이 뜻을 모을지는 미지수다.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 롯데 80개 계열사가 416개 순환 출자로 엮여 있는 구조를 풀기 위해선 최소 수 조 원, 많으면 수십 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주사 역할을 맡을 계열사로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롯데제과 등이 꼽힌다. 롯데쇼핑은 호텔롯데를 제외하면 한국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롯데제과 역시 비슷한 역할인데다 그룹의 모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주사 체제 과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의 한 관계자는 "순환 출자 해소에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투자 위축을 볼러올 수도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롯데 측은 "당장 지주사 전환을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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