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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옛 대우 계열사들 '끝나지 않는 시련'

대우인터-포스코 내분 이어 대우조선 조 단위 부실 현실화

한국GM도 감산·철수설 시달려

대우그룹 특유 추진력·자존심

회사 경영에 큰 도움 되지만 기존 조직과 불화 요인 되기도

대규모 적자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이 22일 오전 비가 내리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출근길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그날도 78세의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0월 모교인 연세대 신촌캠퍼스 대우관을 찾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옛 생각이 난 듯 또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김 회장은 "우리 경제가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진입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못다 이룬 '세계경영'의 꿈을 후배들이 이뤄달라고 부탁했다. 대우 패망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대우그룹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도 풀지 못한 앙금과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일까.

과거 '대우' 계열 기업들의 시련이 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앞서 있었던 대우인터내셔널 파동이 공교롭게 겹치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우자동차의 후신인 한국GM도 지난해 적자에 이어 계속되는 감산과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경남기업도 부실이 겹치고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운의 대우그룹 역사가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2·4분기에만도 최대 3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이 회사 임원 90여명은 결의문을 내고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일체를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기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옛 대우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다. 지난 1981년 준공돼 각종 선박과 해양플랜트·시추선은 물론 잠수함과 구축함도 만든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화 이후 2008년에는 한화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듯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당시 한화는 이행보증금으로 3,000억원을 날렸다.

이후에는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넘겼다. 현대중공업이 3조2,49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삼성중공업 영업이익이 1,830억원에 그쳤을 때도 대우조선은 4,711억원의 흑자를 시현했다.

그런데 6월 정성립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막대한 부실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리고 조 단위 부실이 현실화됐다.



옛 대우그룹의 모체격인 대우인터내셔널도 올 들어 내분을 겪었다.

자원개발에 대한 대우인터 임직원의 생각과 새 주인인 포스코의 정책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정통 대우맨인 전병일 전 대우인터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고 포스코 홍보담당 임원이 교체됐지만 대우맨들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 멀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485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GM은 내수판매 감소와 강성 노동조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도 차츰 줄고 있다.

옛 대우 계열사였던 경남기업도 풍파를 겪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3년 고 성완종 회장이 이끌던 대아건설에 인수됐다. 2013년부터 세 차례의 워크아웃을 거친 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옛 대우전자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동부그룹이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지만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우그룹 특유의 추진력과 대우맨들의 자존심이 새 체제 아래서는 장점과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일찌감치 '세계경영'을 내세웠던 뚝심경영은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사태에서 봤듯이 기존 조직과 불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대우맨들은 자부심이 남달랐고 단결력도 높았다"며 "좋게 보면 좋지만 새 경영진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잠재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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