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이 떨어진 현대자동차가 하반기에도 불투명한 전망에 사로잡히며 위기감이 커졌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옥죄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보이며 점유율을 늘려가는 수입차의 공세까지 더해져 세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노조에선 ▦기본급 월 13만498원 인상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750%에서 850%로 인상 ▦각종 수당 인상 ▦2012년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해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원(1회) 및 퇴직금누진제 도입 등도 희망했다.
사측은 이에 맞서 올해 임단협 체결 이후 입사하는 사원부터 이중임금제를 적용하고 정년 60세를 유지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도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1억원가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난항을 표했다. 현대차 노사는 16일 임단협 14차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양측의 주장이 평행을 달리고 있어 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주간 2교대제 도입과 관련된 주말 특근 거부 등으로 상당한 차질을 빚은 만큼 임단협 과정에서는 생산 중단 없이 조속히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9.2%는 '경제민주화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현재의 논의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하반기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경제민주화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차 역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고용 또한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경제민주화에 동의하며 현대차그룹이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국내 일감 6,000억원가량을 중소기업에 직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 회장이 이노션 보유 주식 전량을 정몽구재단에 기탁해 사회복지 분야에 쓰기로 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수입차도 현대차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4년 만에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수입차는 불황을 모르고 국내에서 질주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차 4사는 현대차의 제네시스ㆍ에쿠스 등 대형 세단이 차지했던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중이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침체를 겪던 일본차 업체는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차츰 판매량이 회복되는 추세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2,000만원대 소형차에서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국산차를 위협하고 있다. 그 중심 타깃으로는 국내 시장 1위의 현대차가 서 있다.
현대차는 이미 수입차를 두려운 경쟁상대로 삼고 내수 시장 방어에 나섰다. 올해 초 주력 차종의 차 값을 내린 데 이어 최근 또다시 추가로 가격을 인하했다. 현대차와 수입차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승센터도 마련하는 등 수입차의 침투를 막아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과 달리 수입차가 국산차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며 "우수한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시장 방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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