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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 모두의 기회가 되려면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사진 제공=벤처기업협회




정부가 최근 발표한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AI 주권 확보를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017670),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이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주도하게 됐고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지원, 100억 원 규모의 데이터 공동구매, AI 인재 육성 등 다각도의 정책적 지원을 예고했다. 매우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공급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AX브릿지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4%가 현 정부의 AI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로는 53.4%가 ‘AI를 전혀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형 AI 모델 개발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 전략이다. 아무리 우수한 모델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AX브릿지위원회가 지난 2년간 AI 기술을 보유한 공급 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을 연결하며 벤처 생태계의 AI 전환(AX)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바는 명확하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제조업, 소재·부품·장비,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기업의 AI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과 산업 적용이라는 두 축이 함께 굴러가야 한다.



벤처기업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입 비용 부담’이었다. 비단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당장 활용 가능한 인프라와 도입 비용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다. ‘AI 인프라 바우처’를 도입해 확보된 GPU 자원과 AI 연구개발(R&D) 예산의 일정 부분을 벤처기업에 의무·우선 배정하고 신청부터 집행까지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는 ‘AI 패스트트랙’ 제도를 마련해 현장 중심의 신속한 기술 도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AI 시대의 인재 확보 역시 앞으로 풀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AI 분야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며 벤처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해외 인재 유치에 그치지 않고 ‘브레인 리쇼어링(brain reshoring)’ 전략을 적극 펼쳐야 한다. 해외 유학생 등 핵심 인재의 귀국과 국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비자·주거·세제·교육 등 전방위적이고 파격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급 기술 인재가 벤처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 또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산업 수요 기반의 산학 협력 인재 양성 시스템도 요구된다. 벤처기업이 직접 교육과정과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대학과 협력해 실전형 인재를 육성하고 채용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유치와 현장 기반 양성이 병행되는 이중 전략이야말로 벤처기업의 인재 갈증을 해소하는 근본 해법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지원 확대’ 요구가 아니다. AI 혁신의 과실이 소수에 집중돼서는 안 되며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벤처기업에도 그 혜택이 공정하게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AI 3강’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가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AI’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AI 모델 개발이라는 공급 축과 산업 현장의 AX라는 수요 축이 균형 있게 맞물려야 한다. 벤처기업이 AI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은 비로소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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