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차원의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환경 속에서 독자 OS는 없이는 'IT 코리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T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OS 개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개방형 국가 OS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ㆍ윈도폰ㆍ바다 등 OS시장에서 다변화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개발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와 팬택 등도 이번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팬택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여러 제조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OS가 개발되면 향후 모바일 OS시장에서 한국의 주도권이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우선 하반기에 각 업체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기술인 HTML5ㆍ웹앱스토어 등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개방형 OS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OS 개발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가 OS 개발에 나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다 주요 업체인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독자 OS가 없는 LG전자나 팬택과 달리 삼성전자는 이미 바다 OS를 가지고 있어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운영체제를 컨소시엄 형태로 개발하려면 어떤 형태의 OS를 누구를 위해 개발하는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OS는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발표가 삼성전자 바다를 개방형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팬택은 바다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삼성전자에 타진했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바다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사해왔다. LG전자도 바다 스마트폰 출시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었지만 최근 들어 내부개발자 사이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향후 정부 방안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가 주도해 모바일 OS를 만든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안드로이드 같은 OS는 반도체처럼 부품 찍어내듯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려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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