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경제성장잠재율이 20년 전 2.5%에서 0.6%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나라. ‘잃어버린 20년’에 허탈해 하는 최근 일본의 모습이다.
세계적 불황과 엔고현상, 초고령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도 성장 버팀목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연간 사회보장비 110조엔의 70% 가량을 고령자 연금 및 의료 관련 비용으로 충당하는 현실은 앞으로도 일본경제 성장을 장밋빛으로 예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떠할까? 일본에 비해 한국의 글로벌 기업 수는 손에 꼽는다. 또 머지않아 300조원 이상을 고령화 대비 비용으로 투입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발전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의 질을 높이는 전략 수립이 시급한 이유다.
미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먼저 경제주체간의 관계를 밀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조업에서 동종ㆍ이종업계, 산학연, 소비자ㆍ생산자 관계 등이 상호 신뢰할 수 있고, 가치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창업이 가능한 생산적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
두번째로 왜곡된 시장 행태를 바로 잡아야만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이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높다거나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일부 대기업과 상업은행이 장기투자 대신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등 미래 성장잠재력에 좋지 않은 현재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장기투자와 저축, 균형 있는 소득 분배, 중간층 형성 등을 활성화시켜 경제성장을 위한 자양분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경제개발 성공 방정식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점점 깊어가는 고령화와 세계경제 구조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응 없이는 경제발전의 비교우위를 획득할 수 없다. 생산확대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거의 단순한 방식을 넘어 마케팅, 사회혁신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경제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신제조업과 글로벌 관광, 소비재 산업 등 다양한 시장 진출에도 도전해야 한다.
경제의 질적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10년 이상의 안목을 바탕으로 반드시 4%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미래 경제전략’을 조기에 수립해야 한다. 세대간 일자리 격차를 줄이고 국가안보, 교육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병 수준인 2~3% 성장률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동아시아에 나타났던 ‘경제 기적’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다시 한번 재생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 현 세대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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