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에 대한 인수 의향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 회장은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렉싱턴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TX팬오션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모형이 만들어지고 계속가치가 괜찮아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를 건실하게 만들어 팔아야 한다”면서 “산은이 이것저것 다 인수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벗어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산은은 STX팬오션 인수 검토를 위해 예비실사를 진행했으나 대규모 부실을 우려해 인수를 포기했고, STX팬오션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홍 회장은 “법정관리로 간 기업에 자금지원을 하려면 대손충당금을 50% 쌓아야 하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면서도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산은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내주 중 회사 및 지배주주와 경영정상화 계획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단계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STX조선 정상화 과정에서 대주주 감자가 불가피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주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며 “강 회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것은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지만 강 회장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STX조선 실사를 해보니 자산이 알려진 것보다 반으로 줄고 부채는 배로 늘었다”며 “지난해 5월 재무구조 개선협약 맺었을 때 사전 대처했더라면 더 부실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제 구조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앞으로 금융위원회, 국회 등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실사 결과 STX조선은 조선 경기가 나빠지면서 원가 이하로 수주한 것이 나타났다”며 “STX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으로 인한 산은의 손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STX다롄에 대해서는 “대규모 영업손실과 과다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가동이 중단됐다”면서 “STX그룹은 중국 다롄시, 공상은행, 산은, STX 등 4자협상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며 산은은 한국 채권단과 협의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STX 구조조정 결과 떠안을 손실에 대한 보전이나 면책 보장을 당국에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얘기했지만 그분들도 권한이 없다”며 “국회에 얘기해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에서 절대 안 해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 회장은 그룹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 개편 이후 산은이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데 있어 자회사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따져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 건전성을 확충하기 위해 KDB대우증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산은이 정책금융에 필요한 투자금융기관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것이냐가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둘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인수 등 필요한 경우 지금까지 대우증권 도움을 일부 받았는데 그런 부분도 산은이 직접 할 수 있다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외국에 나가 투자회사 회장들을 만나면서 돈 벌 것을 궁리했다”며 “산은이 돈을 벌어야 정책금융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적자를 내고 보전해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 투자회사 회장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투자은행(IB) 기능이 없이는 여러 제약이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 개편으로 수출입은행과 마찰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일부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내금융은 산은, 해외금융은 수은으로 통합된다고 한다”며 “산은이 수행하고 있는 해외금융은 대부분 민간 영역에 속해 마찰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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