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은 지난 2011년 5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철도부지의 입체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거공간 조성'이라는 보고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이후 2012년 대선 당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와 함께 당시 박근혜 후보자를 상징하는 대표적 서민주거 공약으로 채택됐다.
정부는 5월 말 수도권 내 시범지구 7곳을 선정하고 연내 1만가구 공급과 임기 내 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7개월 동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 첫 삽도 떠보지 못한 채 대대적인 계획수정에 이르게 됐다.
목동과 잠실 등 대부분의 시범지구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멈춰선 상태다. 그나마 지구지정된 서울 오류ㆍ가좌지구 두 곳 역시 철도 위 데크(deck)를 설치하는 비용이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면서 건축비가 일반 아파트의 4배에 달하는 3.3㎡당 1,700만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자 공모를 무기 연기한 상태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철도 위 부지에 짓는 행복주택의 문제점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실무 차원의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 구체적으로 공급목표를 정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가용부지 부족에 막대한 건축비 등 문제 산적=정부가 행복주택의 공급방식을 다양화하겠다고 천명한 가장 큰 이유는 임대주택을 건립할 가용부지의 절대 부족에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처음에 철도시설공단이나 LH에서 부지가 많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검토 결과 사용 가능한 부지는 생각보다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철도 위 데크 설치에 따른 과도한 건축비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 오류ㆍ가좌지구의 행복주택 평균 건축비가 3.3㎡당 1,700만원에 달한다"며 "과도한 건축비가 투입되는 철도부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택지지구나 도시재생과 연계한 사업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막대한 토지점용료도 사업추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감정평가액만 1,200억원 수준인 오류지구의 경우 보금자리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연 5%인 토지점용료가 공시지가의 2.5%로 낮춰지더라도 사업시행자인 LH가 50년간 납부해야 할 금액이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최근 정부에 "행복주택이 오랜 기간 표류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적합하게 궤도조정을 하라"고 주문한 것도 정부의 방향전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부지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 크게 늘 듯=정부가 철도부지ㆍ유수지에 직접 짓는 건설형 외에 매입임대주택이나 기존 택지 활용도를 높이기로 한 만큼 도심 자투리 땅이나 기존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미매각 용지에 지어지는 행복주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공사가 보유한 토지 가운데 미매각 토지, 공공시설 등을 설치할 목적으로 취득한 후 사용하지 않은 토지 등에도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 용지가 행복주택 공급의 대체부지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도심에 들어서고 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가구ㆍ원룸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행복주택으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현재 정부가 '기존주택 매입임대사업'을 위해 매입한 주택은 전국적으로 5만3,237가구에 달하지만 이 중 서울ㆍ경기는 2만5,052가구의 15%에 달하는 3,771가구가 빈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주택경기 침체로 택지조성 등을 통한 임대공급이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지자체 등과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주택 개념을 물리적 주택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내년에 출시될 주택 바우처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는 "건설임대에 목을 매지 않고 행복주택의 개념을 확장한다면 해법은 많다"며 "주택 바우처와 결합해 건설비를 임대료로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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