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재킷을 벗고 중국 전통 의상 차림으로 나타났다. 단상에 올라 중국어로 인사한 그는 “중국어는 나의 모국어”라며 중국 시장에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한 황 CEO의 이날 복장은 전날 직접 깜짝 발표한 대(對)중국 H20 칩 판매 재개 소식에 이어 대중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가 중국 청나라 시대 복식을 현대식으로 변형한 당복(唐裝)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당복 차림으로 등장한 황 CEO는 양 소매를 접어 올려 회색 바탕에 전통 무늬가 그려진 안감이 보이게끔 했다. 차이나 재킷 또는 만다린 재킷이라고도 불리는 당복은 흔히 '중국의 복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옷이다.
폭염 속에서도 가죽 재킷을 입고 나타날 만큼, 황 CEO의 가죽 재킷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지난 14일 중국 빅테크 수장인 샤오미의 레이쥔 CEO를 만나면서 35도의 더위 속에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폭염에도 가죽 재킷을 꺼내입은 이유에 대해 황 CEO는 "유일한 수트가 드라이클리닝이 안 돼 있어서"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젠슨 황은 2017년 이후 최소 6벌의 가죽 재킷을 입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자주 입고 등장한 재킷은 명품 브랜드 톰포드가 2023년 선보인 제품으로 가격은 8990달러(약 1313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은 한 인터뷰에서 "가죽 재킷을 입는 이유는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경직된 정장이 아닌 개성적인 가죽 재킷 차림은 그의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렇듯 대부분의 공식 석상에서 가죽 재킷을 입는 그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단상에 오른 것은 엔비디아에 중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엔비디아의 대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10%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정부의 중국 제재로 엔비디아가 H20의 대중국 수출을 중단하면 120억 달러(16조원)의 매출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의 반응은 뜨겁다. 그의 의상 선택을 두고 신랑커지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황 CEO는 중국어에 유창하지 않음에도 중국어를 적극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호응을 이끌어냈다.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나 9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이날 자신이 미국에서 자랐음에도 뿌리는 중국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달아 했다. 황 CEO는 이날 개막식에서 축사하면서 "나는 중국인이지만, 미국에서 자랐다"라거나 "나의 모국어(first language)는 중국어인데 5살부터는 안 썼다"고 말했다.
또 연설 대부분을 영어로 하면서 서두에 중국의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및 내빈들에 인사를 전하는 부분 등은 중국어를 사용했다. 연설 말미에도 유창하지는 않지만 중국어로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AI 모델들은 월드클래스이고, 이곳에서 개발돼 개방적으로 공유됐으며, 세계적인 AI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중국의 AI 발전 수준을 높이 추켜세우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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