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의 한 무인 사진관에서 술에 취한 한국인 여성 2명이 현지 여성들과 시비 끝에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뚜오이째와 베트남뉴스(VN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달 11일 저녁 하노이 미딩 지역의 한 무인 셀프 사진관에서 발생했다.
공개된 CC(폐쇄회로)TV 영상에 따르면 사진 촬영을 기다리던 한국인 여성 A씨와 B씨가 촬영 중이던 베트남인 여성 두 명에게 다가갔고, 이 과정에서 A씨가 시비를 걸며 말다툼이 시작됐다. A씨는 먼저 손바닥으로 베트남인 여성 한 명의 머리를 때려 모자를 떨어뜨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양측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으며, A씨는 넘어진 베트남인 여성을 발로 차기도 했다.
가게 직원에 따르면 한국인 여성들은 베트남인 여성들의 촬영 시간이 남아 있었음에도 “빨리 끝내라”며 소리를 지르고 재촉하다 시비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직원이 급히 말렸지만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현지 공안이 출동해 사태를 수습했다. 현지 경찰은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조사 중이며 조만간 피해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한국인 중 1명은 현지 한국 기업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일부 개인의 일탈에 가까운 이번 사건이 양국 국민감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우리 대사관은 물론 베트남 측도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베트남에서 각종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로 추정되는 베트남 여성 중 한 명이 사건 경위를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도움을 요청하면서 더욱 빠르게 퍼졌다. 해당 글이 국내에서도 확산되며 “해외에서 나라 망신”, “영상 보고 왔는데 내가 다 부끄럽다”는 등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사건 발생 3일 뒤, 무인사진관 운영업체는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업체 측은 “사건 당시 현장 직원이 현장을 통제하고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며 “관련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이번 일을 단순 사고로 보지 않고 전 직원 대상 긴급 상황 대응 교육을 강화하고 보안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나도록 업체 측이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의 이의제기 글이 삭제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초동 대응 미흡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이용자들은 리뷰 페이지에 ‘별점 테러’를 벌이며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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