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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경영 25년, 삼성 강해졌다] <3·끝> 도전정신을 다시 깨우다

"안주하다간 뒤처진다"… 비리와의 전쟁·스피드 경영 채찍질<br>"조직 전반 부정·구태 뿌리 뽑자" 그룹내 경영진단·감사체계 강화<br>조기 출근·수시 인사로 조직쇄신<br>바이오제약 등 신사업 진출 박차… 내년 신경영 20돌… 대변화 예고


지난 2011년 4월21일 아침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사옥에 모습을 나타냈다. 회장에 취임한 후 줄곧 한남동 승지원을 사무실로 써온 이 회장이 삼성사옥에 정식으로 출근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회장은 이 순간을 시작으로 임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승지원에서 현안을 챙기는 원격경영 스타일을 바꿔 본사 사옥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출근경영을 본격화했다.

이는 이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위기론을 강하게 설파한 데 이은 것으로 이 회장의 출근경영 개시는 조직에 강도 높은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회장의 출근경영 이후 삼성의 조직 스피드는 한결 빨라졌고 조직문화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년이 지난 2012년 4월19일 이 회장의 출근시간이 오전6시30분으로 4시간가량 앞당겨진 것이 대표적인 변화로 이는 삼성그룹의 핵심부서 및 핵심임원의 오전6시 출근 관행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의 선도적인 조기출근이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새벽 일찍 흔들어 깨운 셈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조직 내 긴장의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고 경영의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삼성전자가 분기에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위기감을 더 불어넣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 이후 이룬 성과를 넘어서기 위해 혁신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라는 성취감에서 깨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혁신의 일상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셈이다.

◇비리와의 전쟁, 혁신 신호탄 쐈다=이 회장이 출근경영을 시작한 후 첫번 째 지시는 조직 전반에 스며든 비리와 구태를 척결하는 일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계열사 경영진단 결과를 받아 들고는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테크윈 부정과 연결시켜 "해외의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지시에 삼성은 즉각 감사책임자의 직급을 높이는 것을 물론 인력도 늘리는 등 그룹 내 경영진단 및 감사체계 기능을 강화했다. 오창석 당시 삼성테크윈 사장은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서슬 퍼런 이 회장의 의지에 삼성 임직원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다.

이 회장의 대로는 신경영 이후 20년 동안 관행이나 업무추진상 편의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부정의 여지가 조금씩 늘어난 데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실제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당시 경영진단 결과에 대해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큰 비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자질구레한 것이 여러 건 드러난 데 이어 이를 적당히 넘기려는 관행이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 회장의 부정척결 의지를 전했다.

◇더 빨라진 삼성의 속도, 70년 전통을 깨다=이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참관한 뒤 "앞으로 몇년, 십년 사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이 된다"며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가고 우리가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을 했다. 삼성 내부에 더욱 더 빠른 스피드 경영을 주문한 것이다.

이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신사업은 생존의 주기가 빠르게 단축될 것"이라며 속도에 대한 긴장감을 높였다. 이 회장의 위기경영 및 조기출근은 결국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삼성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의 발로인 셈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삼성이 약 70년 동안 유지해온 인사 및 조직개편의 틀도 부쉈다. 삼성은 그동안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시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조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CEO)가 본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반도체사업부와 LCD사업부로 나뉘어 있던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디바이스솔루션(DS)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같이 조직개편을 한 지 불과 5개월 뒤 삼성전자는 다시 부품과 세트를 나누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추가했다.

삼성은 또 6월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같은 달 삼성전자 중국총괄을 박재순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10월에는 이호수 부사장이 맡았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을 홍원표 무선상품전략팀장(부사장)에게 맡겼으며 이달 들어서도 홍완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을 글로벌마케팅실로 발령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특유의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는 동시에 수시인사를 통해 매너리즘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수시인사가 잦아진 점은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사업 없이는 미래도 없다=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후 두 달 만에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사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전 신사업에 대해 내부에서 반론이 적지 않았다. "반도체로 잘 먹고 사는 데 왜 하냐" "신사업은 삼성 본연의 일이 아니다" 등 반대여론이 득세했던 것이 현실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장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신사업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회의론자에 대해서는 보직변경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신사업팀 관계자는 "5대 신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이 회장 본인이 직접 내렸다"며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오는 2013년은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 안팎에서는 내년에 대대적인 변화가 또 한번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을 다시 깨웠다"며 "내년에는 삼성에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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