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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통일대박론'을 꺼내고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까지 발족시키면서 식었던 통일에 대한 관심은 다시 달아올랐다. 물론 '준비 없이 너무 빨리 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심 기대감도 높다. 이명박 정부 때 경색된 남북관계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지속되자 국민들 역시 남북의 무한 대립에 지쳐가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통일은 정말 그렇게 빨리 올까. 전문가들의 답은 '아니다'였다.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4일 '대북전문가' 83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3.9%는 통일까지는 1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5년 이내는 3.6%에 불과했고 6~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32.5%였다. 정치 성향에 따라 통일의 시기는 조금씩 차이는 났다. 보수적일수록 통일이 더 빨리 올 것으로 예측한 반면 진보적 성향을 띤 전문가들은 통일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보수 성향의 60%는 통일이 6~10년, 5년 이내 통일에 대한 답도 12%였다. 반면 진보 성향의 81%는 통일이 11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순진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문제, 사회통합, 통일 분위기 등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 통일까지는 좀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답이 많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의 급변 사태 등을 고려해 통일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평화통일을 원하는데 여러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은 필요하다'는 응답이 97.6%로 절대다수를 차지해서인지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통일세'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60.2%로 높은 편이었다. 반대의견도 33.7%였다. 조사에서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반대가 47.6%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직업이 교수인 전문가들 역시 56.5%가 반대했다. 시민사회단체(NGO) 소속 전문가는 83.3%가 찬성의견을 냈다. 홍 연구위원은 "교수들은 북한 문제 전문가다. 세금 신설에 따른 국민적 저항 등을 우려해 남북협력기금·국제협력기금 등을 만드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통일세의 규모는 연 2만~10만원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고 11만~20만원이 21.7%로 그 다음이었다. 연간 21만~50만원도 10.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민들은 보통 남북통일 역시 독일처럼 하나의 체제를 염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남북통일의 그림은 다소 차이가 났다. 응답자의 43.4%가 '1국가 2체제의 평화공존'을, 22.9%는 '자유로운 왕래수준'이라고 답했다. 남북이 하나되는 완전한 통일은 33.7%에 그쳤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랐는데 보수 성향 전문가의 64%가 완전한 통일을 찍은 반면 진보 성향의 66.7%는 2체제의 평화공존을 꼽았다.
통일대박에 대한 의미도 물었다. 1·2순위를 꼽는 질문이었는데 전문가들 27.7%는 1순위로 '북한 지역에 대한 투자 및 소비시장 확대'를 꼽았다. 또 남북한 산업 간의 상호보완적 발전에 대한 답도 24.1%였다. 이와 함께 2순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서는 '남북한 교통망 연결로 동북아 물류허브 가능성'에 대한 응답이 39.1%로 가장 많았다. 아무래도 통일이 이뤄질 경우 그만큼 경제편익이 많다는 의미인데 통일연구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통일비용은 작게는 813조원, 많게는 4,7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지만 통일에 대한 편익은 6,300조원으로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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