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회사채나 기업어음 발행을 주관하거나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증권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부실 징후를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반면 증권사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22일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 현대증권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이 발행한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공모사채를 사들인 투자자 130여명은 지난 21일 발행 주관사인 현대증권을 상대로 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현대증권은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맡으면서 전체(400억원)의 절반인 200억원 어치를 인수했고, 이 가운데 170억원 정도를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투자자들은 대한해운이 회사채 발행후 두달 만인 지난 1월25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현대증권이 부실 사실을 숨긴채 채권을 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투자자 200여명은 대한해운 대표와 현대증권 기업금융(IB) 본부장 등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 대표가 현대증권 발행 담당자 중 한 명의 친척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한해운 측으로부터 법정관리 사실을 사전에 연락 받았는지 여부를 검찰이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반투자자들이 부실 회사채ㆍ어음 등을 발행하거나 중개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이미 법원으로부터 지난 2009년 9월 발행한 성원건설 무보증 전환사채(CB) 발행에 따른 책임이 있다며 개인투자자 유모씨의 손실금 가운데 60%인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LIG건설의 기업어음(CP)을 중개 판매한 우리투자증권도 현재 고액투자자 5명과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2건의 소송은 이번 성원건설 회사채 관련 사건과 재판부가 동일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밖에 나머지 피해자 30~40명도 현재 집단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LIG건설 CP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한 투자자는 “어음은 회사채보다도 부실 정도가 더 심한데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 금융당국과 증권사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며 “현재 30~40명의 투자자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증권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할 경우 투자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 현재 우리투자증권 등에 제재안 가안을 전달한 상태이며, 증권사의 최종 소명을 기다리고 있다. 제재안 확정안은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15일에는 한양증권 IB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의 자금조달을 불법 알선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사무실 자리를 압수수색하고 이 직원을 구속시킨 일도 발생했다. 잇따르는 소송에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부실 사실을 증권사도 몰랐다는 점에서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발행됐고, 발행 직후 업황 악화로 기업사정이 안 좋아진 것은 예상할 수 없었다”며 “부실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증권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CP는 증권사가 발행한 것이 아니라 판매 중개만 한 것이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다”며 “이번 금감원이 제시한 제재안에 대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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