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는 냉전 시기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지난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결정으로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 1992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되면서 크림자치공화국이 됐다.
이 같은 역사적 연원 때문에 크림반도에는 여전히 러시아계 주민들이 압도적인 비율(60%)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계(24%)와 타타르계(12%) 세력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러시아가 이번에 크림반도에 사실상 '무혈입성'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 우호지분이 든든한 뒷배경으로 작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의 군사개입 명분으로 든 것 또한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보호다.
특히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꾀하려는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흑해에 위치한 크림반도는 1년 내내 기후가 온화해 겨울에도 항구가 얼지 않는데다 흑해 서남쪽의 터키 보스포루스해협을 통과하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다. 지중해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면 중동 아라비아해까지 진출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이 같은 지정학적 요인을 감안해 크림반도 남쪽의 세바스토폴에 흑해부대를 주둔시켜 2만5,000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활용한 최근 도발을 통해 옛 소비에트 출신 국가 중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체에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러시아의 도발이 크림반도에 머물지 않고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서구권 국가에 있어 현재 가장 큰 관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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