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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전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비이자수익 부문 강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환전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올 들어 최대 20% 이상 환전 실적이 줄어드는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조한 환전 실적의 원인을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환전상 실적 감소'와 '일본인 여행객 감소'에서 찾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세수 확보 정책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등 한일 양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내 환전 시장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얼어붙은 환전 시장=지난해 최대 환전 실적을 보유한 신한은행은 올해 1위 자리를 외환은행에 내줬다. 8월 말 기준 환전 실적이 25억8,4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하나(-22.1%), 기업(-15.1%), 국민(-8.7%), 외환(-5.4%)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며 환전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물론 환전 시장에서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의 순위 바꿈은 고토(古土) 회복을 노린 외환은행의 영업전략 영향이 컸다. 외환은 지난해 10월 신한을 제치고 김해공항 입점 은행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등을 유치하는 등 환전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환전 실적 감소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환전 고객을 통해 예금이나 카드 등 연계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중요한 영업채널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전 부문의 실적은 은행 이미지에도 미치는 영향이 커 시중은행들이 환전 실적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환전 실적이 가장 많은 7~8월 대목을 노리고 올해 6월부터 일찌감치 환전 우대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환전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환전 실적이 저조해 연말까지 환전 우대 행사를 연장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전 시장 울리는 일본 관광객과 환전상들=국내 환전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데에는 국내 환전상 실적이 감소한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환전 실적 중 25~30%가량은 환전상들이 차지한다. 환전상은 통상 은행에서 원화 자금을 빌려 관광객이 들고 온 외화를 사들인 후 은행에 되팔아 수익을 낸다. 그런데 올해 환전상들이 은행에 가져오는 환전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금융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를 양성화에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한 다음부터 환전상들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세금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외화를 은행에 가져오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환전상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국내 환전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엔저 여파로 눈에 띄게 감소한 것도 타격이 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입국한 일본인 관광객은 133만9,1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만7,043명보다 26.3%나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전상이나 개인 고객 이외의 영업채널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중은행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영업이 쉽지만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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