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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범죄자 낙인' 관행에 제동

■ 헌재 "보이스피싱 통장 단순 대여자 처벌 부당"<br>고의 여부 관계없이 기소유예 처분 받은 수만명 명예회복될 듯

헌법재판소가 보이스피싱 세력에 속아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사용된 사람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결정함에 따라 수만명에 달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 10월까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이들은 모두 5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속아 통장을 제공한 상당수가 헌법소원을 통해 범죄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소원을 통해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이 나오면 헌재는 해당 검찰청에 통지를 하고 검찰은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무혐의처분을 하거나 다른 범죄 혐의가 발견돼 기소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검찰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다.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헌재 결정을 다 따르는 건 아니지만 헌재의 의견을 존중해 대부분의 사건을 무혐의처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에 통장이 쓰이기만 하면 획일적으로 범죄자 딱지를 붙여왔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장을 제공했다는 이유 만으로 '주홍글씨' 낙인이 찍혔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자신의 통장을 쓰이도록 한 사람, 즉 대포통장 명의자는 사실상 보이스피싱 공범 취급을 받았다. 전자금융거래법상 보안카드번호나 계좌번호ㆍ비밀번호 같은 접근매체는 함부로 양도하거나 양수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통장 제공자들도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내는) 민형사 소송의 대상으로 엮여들어가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제공자가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 나도 피해자"라는 항변을 해도 수사기관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난 후 받는 불이익도 상당하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충분히 입증되지만 여러 사정으로 고려해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범죄수사기록에 남는 엄연한 범죄경력이다. 물론 일상에서는 기소유예와 무혐의의 차이가 피부로 와닿지 않지만 범죄경력에 남는 만큼 직장 내 인사상 불이익 등 '불안요소'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죄가 없음을 뜻하는 무혐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번 헌재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모든 통장 제공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장이나 정보가 범죄자한테 넘어갈 때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달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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