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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투산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애리조나 투산에서 총기난사 테러가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나면서 미국사회가 조금씩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 8일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파견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희생자들과 상처받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12일 투산의 애리조나대에서 열린 추모식에 직접 참석, 추모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9살짜리 희생자 크리스티나를 언급할 때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지만 미국인들은 그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정적, 저격수들도 이번만은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8년 대통령선거전에서 맞붙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감동적으로 추모하고 경의를 표했다. 이 나라를 위로하고 영감을 줬으며,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극찬을 보냈다. 독설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폭스 TV의 글렌 백과 극우성향의 라디오 진행자인 러시 림보도 지도자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미 의회에서는 극단적인 정치대립을 지양하고 협력적인 정치의 모습을 보이자는 차원에서 오는 25일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을 때 관례를 깨고 여야의원들이 섞어 앉자는 움직임을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양극단화 된 정치는 갈등을 치유하기 보다는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그 탓을 외부로 돌리고 불법 이민자 등을 희생양으로 삼는 극우적 분위기도 고조됐다. 타임지(誌)는 지난해 9월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무장한 민병대(militia)들이 소총, M 60 등으로 무장한 채 유엔ㆍ연방군ㆍ멕시코군 등 가상의 적을 상대로 실제를 방불하게 하는 군사훈련을 해 연방수사국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또 민병대와 더불어 제대로 실체도 파악되지 않는 '외로운 늑대(lone wolf)'들이 새로운 사회적 위협요소라고 우려했다. 1995년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시청사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처럼 사회적 불만을 홀로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것이 이들이 바로 외로운 늑대다. 투산 참사를 일으킨 제러드 리 러프너도 이 범주에 가깝다. 민병대와 늑대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그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투산 참사 이후 미 정치권과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대중들의 충격과 아픔을 달래기 위한 일시적인 '단합'이 아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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