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과 세상] 권모술수에 능통했던 중국의 재상

■ 상모(相謀) (이징 지음, 시그마북스 펴냄)


재상(宰相)은 군왕(君王)의 보좌관이다. 만약 재상과 군왕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많은 사람들이 '중심이자 주인공'인 군왕이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군왕이면 어떻고, 재상이면 어떠랴. 재상이라고 나라를 위해 큰 뜻을 펼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군왕 못지않게 후세에 이름을 남긴 현명한 재상들은 역사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주나라 재상이었던 희단(嬉旦)은 보좌관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가장 충실했으며 책략이 뛰어났다. 신분이 높은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희단은 "나는 머리를 세 번 잡고 밥을 세 번이나 뱉어가며 인재를 맞이했다. 그러면서도 천하의 인재를 잃을까 염려했다"고 술회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머리감는 도중에라도 젖은 머리를 잡고 나와 그를 맞았으며, 식사 중에 인재가 찾아오면 밥을 뱉어서라도 만났다는 뜻이다.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인재를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군왕이 아닌, 그 곁에서 큰 뜻을 펼치고 업적을 세워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중국 역사 속 7명의 현명한 재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 재상의 공통점은 자신의 힘으로 대업을 이룬 진정한 창시자라는 점. 지혜롭기도 했으나 때로는 권모술수에 능통하기도 했다.

주나라에는 희단 외에도 춘추전국시대의 관중(管中)도 있었다. 나라를 위해 의(義)와 충정을 다 한 최고의 재상답게 관중은 전쟁을 위한 그럴 듯한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냈다. 그는 왕을 숭상하고 오랑캐를 물리치자는 존왕양이(尊王攘夷)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워 쇠약한 왕실의 정치적 주도권을 세우고 주변 제후국의 복종을 이끌어 냈다.



그런가 하면 성공적인 출세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진나라 재상 이사(李斯),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핵심인물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멀티형 인재'인 한나라 소하(蕭何)도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의 명재상 제갈량(諸葛亮)과 흑과 백을 교묘하게 넘나든 지능적 정치꾼 장거정(張居正)도 빼놓지 않았다.

귀신조차 속아 넘어갈 책략의 귀재라 불렸던 한나라 재상 진평(陳平)이 남긴 재상의 역할에 대한 정의가 눈길을 끈다. 그는 "상하 내외와 더불어 조정과 백성의 관계를 다스려 각 계층의 사람들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모두가 옳은 방향을 따르도록 할 수만 있다면, 재상으로서 그보다 더 값진 성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사람에게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면 재상의 색은 겉은 평범하나 어느 색과도 두루 잘 어울리는 회색"이라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최대한의 자원과 환경적 요인을 적절히 활용해 천하를 포용하는 것이 성공한 재상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