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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영화 '거짓말'과 검열

영화 「거짓말」에서 제이 역을 맡아 파격적인 정사 신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설치미술가 이상현씨의 영화에 대한 회고 중 한 토막이다. 포르노그래픽이냐 아니냐를 놓고 영상물 등급위원회와 제작사 신씨네측이 여러차례 다툼이 있는 와중에 이상현씨의 이같은 산문은 자뭇 고상하기 이를데 없다. 그는 「거짓말」에서의 가학·피학적인 섹스 신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통치에 대한 저항쯤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게다가 장선우 감독은 『영화 「거짓말」은 불안한 현대인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씻김굿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감독은 『동양적 선적 이미지가 강한 「거짓말」이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영화를 본 기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상현이나 장선우 모두 뭔가 「오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거짓말」은 상영시간 중 거의 80%가 섹스신에 할애된 영화이다. 특히 우리사회의 보수층으로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여고생의 섹스였다. 만약 기자에게 간단히 이 영화를 평가하라면 『성 담론을 가장한 유사 포르노물이고, 지식인의 혓바닥이 어느 정도 위선적일 수 있느냐를 증명해주는 영화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기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보편적인 평가로 옮겨갈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지난 26일 「거짓말」에 대해 다시 한번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화사측은 남녀 주인공의 헤어 누드 부분과 적나라한 대사 일부 등 3분 가량을 자진 삭제해 심의에 임했지만, 30분을 잘라도 「거짓말」을 일반 극장에서 상영시킬 수 없다는 심의위원들의 완강한 고집때문에 「거짓말」은 계속 창고 속에 썩혀둘 판이다. 일부 심의위원 사이에는 『장 감독은 아무래도 아동 학대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심한 얘기도 흘러나왔다. 「거짓말」에 대한 이상현이나 장선우의 자부심 또는 김수용 등급위 위원장의 『 영화 「거짓말」은 오양 비디오 보다 더 해로운 영화이다』는 주장, 또는 기자 개인의 판단 모두 영화가 일반에 상영되기 전에는 전혀 무의미한 공론에 불과하다. 현행 법령상 등급외 판정은 영화상영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기 때문에 검열이나 다름이 없다. 만약 영화에 대한 검열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거짓말」이 포르노그래픽이냐 아니냐는 부차적인 논쟁 보다 예술의 표현영역에 공권력이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느냐의 검열에 대한 논쟁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나쁜 영화」등을 만들었던 장선우 감독에 대한 일부 심의위원들의 개인적인 불신 또는 혐오가 검열이라는 수단으로 넘어간 측면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李勇雄(문화레저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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