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구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친구들 대부분이 목수를 그만뒀지만 지난 2003년 전시회장에서 마주친 목공 DIY장비 덕분에 천직을 이어갈 수 있었죠. 공방 회원이 500여명 되는데 장비가 좋아서 4개월 정도 교육받으면 침대ㆍ소파ㆍ장롱 등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서울 목동에 헤펠레DIY목공방 목동점을 운영하는 유우상 (54ㆍ사진) 사장은 "대당 수천만원이 넘는 목공장비들을 갖춰 전문적인 작품까지 만들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소품을 만들어본 회원들이 본격적으로 가구를 만들겠다고 찾기도 한다"며 자랑했다. 5층짜리 건물에는 원목을 자르는 대형 스탠딩톱(standing saw), 자유자재로 나무판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다축보링기, 못을 쓰지 않고 모서리를 붙이는 장부 맞춤기(tenon joint) 등이 즐비하다. 전국 70여개 헤펠레목공방 중 이곳만큼 전문적인 장비를 다양하게 갖춘 곳이 드물다. 그는 "목공의 기본이 대패 쓰는 법인데 안전사고를 우려해 가르치는 곳이 드물지만 우리는 가르친다. 자신만의 작품에 몰입하며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밝아지는 회원들의 얼굴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방에서는 일본의 유명 가구예술가 조지 나카시마의 수천만원대 작품에 버금가는 형태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 회원들이 만들고 있는 가구들이다. 500여명의 회원 중에는 기업 경영자, 교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나무에 대한 유 사장의 전문지식과 망치ㆍ끌ㆍ대패 등 수공구 활용법 등을 꿰뚫고 있는 그의 장인정신에 고개를 숙이는 회원들도 있다. 유 사장은 "잘라놓은 나무가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가을에는 마르는데 이런 성질을 모르고 덤벼들면 가구가 뒤틀리기도 하고 작업하다 다치기도 한다"며 목공에서 배우는 인생의 묘미를 강조했다. 강화도가 고향인 유 사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사장을 따라다니며 망치질부터 배운 탓에 20대 초반에 목수가 됐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교육 경력의 전부인 그는 30여년간 목공업을 놓지 않아 일에 대한 자부심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데 목동 신시가지 조성으로 가격이 싼 기성품 가구들이 물밀듯 들어와 세상이 장인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친구들 대부분은 목수를 그만뒀다. 하지만 그는 어렵게 배운 기술을 놓기가 아까워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기회는 찾는 이에게 오는 법. 2003년 COEX에서 열린 건축기계종합전시회장에 들렀다가 독일제 목공 DIY장비에 그의 눈길이 사로잡혔다. 유 사장은 "내가 처음 어깨너머로 목수일을 배울 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고도 많이 나 목수가 전문직이 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좋은 장비로 교육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전문적으로 목공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 사장은 건축자재를 수입하는 헤펠레코리아의 창업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2004년 공방을 열었다. 고가의 장비들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들 장비는 그가 평생 익힌 기술에 날개를 달아줬다. 손을 쓰는 일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뇌의학자들의 연구가 알려지면서 목공은 고급취미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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