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아닌 경제활성화 통한 복지재원 마련 “기업이 적극적이고 선제적 투자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대선 공약을 넘어서는 과잉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오히려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대기업 투자의욕을 고취시켜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대기업에게는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투자 및 일자리 확대를 통해 경제활성화의 선봉장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상법개정안, 수정될 듯=박 대통령이 이날 오찬에서 강조한 것은 ‘선(先) 경제활성화’,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경제민주화 입법과정에서 고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민주화의 초점이 갑을 관계를 이용한 부당한 거래를 차단하는 등 공정거래 확립에 있으며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에 있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과잉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 재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대기업에 재갈을 물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대기업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은 입법 예고된 상법개정안이 원안대로 갈 경우 대기업 경영권 불안을 야기하고 투자활성화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원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선공약 이외에 대기업을 옥죄는 신설규정에 대해서는 수정될 여지가 있다”면서 “대선공약인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의 경우에는 원안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도입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9월로 예정되었다가 오는 29일 열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경제민주화 보다는 경제활성화가 주요 안건으로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회의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경제민주화 입법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고용과 일자리창출, 중산층 회복 등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선제적 투자 해달라=박 대통령이 이날 오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당부한 것은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였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투자확대인데 요즘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베트남 순방을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투자확대를 요청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민생경제를 살릴 수 없고 복지재원도 마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동량(棟梁)인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확대를 통해 글로벌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위기에 대처하고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벗어나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창조경제구현이 중견ㆍ중소기업, 정보통신(IT) 업체만의 과제가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이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대기업들이 (창조경제에) 적극 참여해서 새 아이디어들이 경쟁력 있는 신기술이 되고 신사업이 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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