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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상승 효자서 문제아로 돌변

환차익 실현에 나서며 외국인 3000억 순매도

수출기업 타격 우려로 투자 심리도 얼어붙어

코스피 1940선 밑으로


이쯤 되면 '믿었던 도끼(환율)에 발등(주가 급락) 찍혔다'고 할 만하다.

코스피지수가 7일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급락하며 1,950선을 내줬다.

지난달 하반기부터 원화 값이 크게 오르자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외국인 가운데 일부가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시가총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9.56포인트(-1.00%) 내린 1,939.88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4월23일 이후 8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3,28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4월 한 달간 3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한 외국인은 4월28일 1,166억원의 순매도로 전환한 뒤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였다. 개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2,528억원, 63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4월 한 달간 1,990~2,000포인트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2,000포인트 돌파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코스피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장 큰 배경은 가파른 원화 절상이다.

이론상 원화 강세는 국내 증시에 호재다. 외국인이 주가 수익률 외에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덩달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매력도가 커진다. 실제 원화 값이 서서히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3월 하반기부터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갔다.



문제는 원화 절상의 속도다. 원화가 오를 것이라는 방향성은 국내 증시에는 호재지만 변동폭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상 범위를 벗어난 가파른 원화 절상은 반대로 원화 절하도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일부 외국인이 이 기회에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원·달러 환율은 4월25일(1,041원50전)에서 이날(1,022원50전)까지 단 6거래일 만에 19원(1.8%)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외국인은 현대차·현대중공업·롯데케미칼·포스코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본시장은 안정성이 중요한데 최근 들어 원·달러 하락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라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원화 절상은 코스피 상장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증시에는 부담 요인이다. 통상 코스피 전체 상장사에서 수출과 관련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선으로 알려져 있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외국인 증시 이탈 외에도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기업실적 부진→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생산분의 75~80%를 해외로 수출하는 현대·기아치의 적정환율은 1,050원선이며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2,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소 환율 변동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원화 강세로 영업이익이 7,000억원 감소했다. 선박 한 척당 수주 금액이 많고 수주액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받는 조선업도 특정 시점의 환율에 민감하다.

윤지호 이트레이드 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한 달 내 글로벌 통화 중 원화의 절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 환율 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만큼 정책당국이 제동을 걸어줄 시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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