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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려되는 서울시 언론관

"기사 내시면 안 됩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서울시 관련 부서가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던 '3+6상생하우스'라는 대안정비사업이 있다. 3명의 토지주가 토지를 제공하면 6명의 임차인이 건축비를 충당해 정비사업을 벌이는 이른바 상생형 '미니 재개발'이다.

기자는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등 철거 방식의 획일적이던 기존의 정비사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내용을 기사에 담기 위해 취재 중이었고 해당 부서를 통해 몇 차례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업방안을 듣게 됐다.

문제는 시장의 지시로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던 해당 부서 실무책임자가 그 내용이 언론에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 도입 여부를 떠나서 사업성을 따지는 단계라 '기삿거리'도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기자는 그게 기삿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기자와 그 직원은 서로 싫은 소리까지 주고받아야 했던 것이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과 크든 작든 부딪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바쁜 업무시간에 걸려온 취재 전화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기자가 정당한 방법을 통해 취재한 내용을 놓고 기사를 싣지 말라고 협박조로 대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다. 일선 부서 직원 입장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국민은 결정된 정책뿐 아니라 정책 결정의 과정까지 알 권리가 있다. 일신의 안녕을 위해 '언로(言路)'를 막는 것이 과연 공무원의 바람직한 태도일까, 아니면 행정 편의주의일까.

더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행정 편의주의가 시민을 향했을 때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공무원들이 행정 편의주의에 빠졌다고 평가한다.

어느 유명 논객의 말처럼 원래 인생은 고단한 것이다. 자신의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누군가의 인생을 더 고단하게 하는 것,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공무원의 자세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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