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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악에 끌리는 이유 들여다봤어요

영화 '스토커' 박찬욱 감독<br>'박쥐' 찍고 빈털터리 된 느낌<br>전환점 왔다는 생각에 미국 진출<br>차기작은 서부극 만들고 싶어

박찬욱 감독

'쉴 틈 없고 정밀한 카메라는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경계하는 세 인물의 관계에 긴장감을 더한다.'(할리우드 리포터)

'영화의 분위기는 질식시킬 듯한 힘이 있다. 문학적 상징들이 풍부해 다양한 해석의 재미가 있다.'(가디언)

박찬욱 감독(50·사진)의 할리우드 진출작'스토커'에 대한 해외 평이다.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를 놓고 유력 외신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영화는'스토커'(Stoker) 집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가족 미스터리. 약 127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고, 미국 인기 TV 드라마'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썼다. 니콜 키드먼(이블린 역)과 할리우드의 신예 미아 바시코프스카(인디아 역)가 모녀(母女)로, 매튜 구드(찰리 역)가 인디아의 삼촌으로 나온다.

아버지 리차드가 죽고 문득 모습을 드러낸 삼촌 찰리에게 인디아와 그의 어머니 이블린은 묘한 감정을 느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세 사람의 관계 속에 인디아는 분노와 배신감, 성적 끌림과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비밀스러운 캐릭터와 시간이 흐를수록 강렬함이 더해지는 이야기는 치밀한 영상, 사운드와 한 데 어우러져 상영시간 내내 객석을 숨죽이게 한다. 엄마와 딸, 삼촌의 삼각관계는 특별한 소녀 인디아의 기괴한 성장 스토리로 이어지며 박찬욱 특유의 색깔을 드러낸다.

28일'스토커'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그는 "한 소녀가 여자로 바뀌는 성장기를 담았지만'스토커'는 보통의 성장 얘기와는 다른 결"이라고 했다.



"대게 문학이나 영화는 반항적이고 불안정한 사춘기를 지나 안정을 찾고 선한 시민이 돼 사회에 편입되는 결말을 내잖아요. 전 이걸 역전시켰어요. 사춘기 시절 악한 것에 한번쯤 유혹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 시기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한 소녀가 악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확대경으로 들여다 본 겁니다. 사춘기 시절 악에 대한 유혹을 비유적으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조명해 본 거죠."

박 감독은"'스토커'가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여서 특별하다기보다 '박쥐'다음 작품이라는 게 내게 더 의미 있다"며 "'박쥐'는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 안에서 가장 멀리 간 작품이었다. 속에 있는 걸 다 털어내고 나니 빈털터리 느낌이었다. 이제 인생의 한 장을 끝내고 새로운 전환점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리우드 진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현재 국내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등 다각도에서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미국(할리우드)에서 서부극을 꼭 찍고 싶어요. 미국이 어떻게 건국됐는지 그 시대를 통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다음 작품은 분위기를 확 바꿔 좀 더 거친 느낌의 남자들 얘기를 다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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