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메르스법 제76조2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감염병의 전파 차단을 위해 필요할 경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및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환자의 위치정보를 경찰청 등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복지부 장관의 요청이 있더라도 경찰이 감염자의 위치정보를 확인해주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경찰이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근거로 특정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할 경우는 반드시 수사 목적으로 추적 대상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뒤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법안에는 영장 청구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과 관련한 내용 및 지침이 없어 메르스 사태 이후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행적 추적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혼란만 가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통비법의 소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메르스법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엉터리 법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위치정보를 복지부 장관이 경찰이 아닌 통신사에 직접 요청할 수 있게 한 이명수 의원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개인정보를 경찰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여야 수뇌부가 메르스에 있어 초당적 협력을 한다는 방침에 따라 별다른 검토도 하지 않고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제안된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의 25분 만에 법사위를 통과했고 당일 저녁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부처인 경찰청에 대해 의견을 묻는 절차조차 없었다. 결국 국회의 졸속입법 추진으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메르스법안이 졸속으로 추진되다 보니 허점이 많다"면서 "이번 메르스 상황이 종식되고 나면 법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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