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소니의 디지털가전을 총괄하는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부사장은 만년 적자사업으로 전락한 TV 부문에 대해 "TV는 소니에 중요한 사업이므로 그만둘 생각은 없다"면서 "최대한 빠른 흑자전환을 위해 성역 없는 재구축(재편)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때 세계 선두를 달리며 회사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던 소니의 TV사업은 판매 위축과 가격경쟁에 밀려 경영의 발목을 잡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과 LG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에만 무려 750억엔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세계시장에서의 판매 대수가 2,240만대인 점을 감안할 때 소니는 TV 한 대를 팔 때마다 3,300엔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소니가 LCD 분야에서 7년 만에 삼성전자와의 결별을 결심한 것 역시 이처럼 고질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다. 한국 기업 등과의 가격경쟁이 심한 TV사업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패널이나 TV 자체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최대한 아웃소싱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패널은 TV 제조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합작사를 통한 자체생산보다는 저가 조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소니는 2009년 3월 현재까지만 해도 전세계 9곳에 달하던 TV 공장을 4곳으로 줄이고 대만 업체에 TV 조립을 위탁하는 등 생산위탁을 늘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소니의 TV 생산위탁 비중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소니는 사양길로 접어든 TV사업의 몸집을 줄이는 반면 스마트폰사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소니는 스웨덴 통신기기업체인 에릭슨과의 합작사인 영국의 소니에릭슨의 에릭슨 지분 50%를 1,110억엔에 사들여 100% 자회사화하기로 했다. 부진한 TV사업과 스마트폰시장의 급성장을 반영해 기존 제휴사업 재편을 서두르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구축된 스마트폰시장에서 뒤늦게 시동을 건 소니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이테크 강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한 발 잘못 내디디면 떠밀리는 시장에서 소니의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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