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 빈사지경의 종합편성채널의 생명연장도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청률 0%대에 그치고 있는 종편이 신문 매체의 영향력을 활용해 광고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논란이 됐던 미디어렙 법안을 찬성 150, 반대 61로 최종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종편의 미디어렙 체제 편입 3년 유예 ▦미디어렙의 방송사 1인 소유지분 한도 40% ▦1공영 다민영 체제 ▦연계판매를 통해 중소방송사 매출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미디어렙 법안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노골적인 종편 봐주기라는 지적이다. 종편의 미디어렙 체제 편입 3년 유예 조항은 종편 사업자가 향후 3년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송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특히 이종 매체 간 광고 판매를 금지한 미디어렙 체제와 달리 종편사는 신문에서 수주한 광고를 방송에 나눠주는 것이 가능해 신문의 영업력을 방송광고 수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종편을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시청률이라는 지표에 상관없이 무리하게 광고 영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청률만 보면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지만 신문이 수주한 광고를 바탕으로 3년간 시장에 안착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종편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디어렙 체제 편입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3년이면 소위 메이저 신문사들이 로비를 통해 미디어렙 편입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며 "이들을 한시라도 빨리 미디어렙에 편입시키지 않으면 미디어렙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종편의 광고 시장 싹쓸이로 군소 언론사나 소규모 채널사용사업자(PP)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PP는 올해 광고 수익이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3년 뒤 종편이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된다고 해도 문제다. 민영 미디어렙의 경우 한 회사가 해당 미디어렙 지분의 40%까지 확보할 수 있어 종편사가 직접영업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4월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이 미디어렙 법안을 개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공영미디어렙 체제에 포함된 MBC의 반발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MBC는 민영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된 SBS와 달리 KBSㆍEBS 등과 함께 공영미디어렙에 속하게 됐다. 민주통합당은 이 때문에 미디어렙 법안 발의 2년 뒤 MBC를 민영미디어렙 체제로 전환하려는 수정법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노골적인 종편 사업자 뒤봐주기로 점철돼 있다"며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체제 해소로 경쟁이 촉발되리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종편사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미디어렙 법안 통과와 관련해 민영 미디어렙 허가심사 절차 및 하위법령 제정 계획을 발표하고 기존 코바코를 승계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5월 말까지 설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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