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은 23일(현지 시간) ITRI가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 항소심에서 "LG전자는 ITRI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ITRI는 대만의 국책 연구기관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다. 그런데 지난 2010년 11월 LG전자의 TV, 모니터, 에어컨, 광디스크 드라이브, 휴대폰 등이 자사의 28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특허로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관련 제품의 판매금지를 신청했다가 지난해 7월 패소 판결을 받았고, 항소했다가 다시 패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ITRI가 대법원에 항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ITC와 항소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ITRI가 침해를 주장한 28개 특허 중 25개가 비침해로 확정됐다. 나머지 LCD와 광픽업 관련 특허 등 3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비침해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ITRI는 조 단위의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만 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섭 LG전자 특허센터 상무는 "ITC와 항소법원이 LG전자의 어떤 제품도 ITRI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ITRI는 지난해 말 현재 총 32건의 특허침해소송을 제기 중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7건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다. 때문에 ITRI가 대만기업을 위한 기술개발을 넘어서, 자국의 경쟁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특허소송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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