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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한민국 '금융 5적'(Ⅱ)


'대한민국 금융5적'이라는 주제로 이 공간을 통해 칼럼(5월2일자)이 나가자 많은 금융인들이 탄식과 한숨이 담긴 말과 글을 전해왔다.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배어 나온 것은 금융인 스스로가 고구마 줄기처럼 터진 금융사고와 지저분한 지배구조 갈등에 지쳐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마음에는 "금융산업과 금융인들을 질타하기 전에 제발 우리 좀 못살게 굴지 말아 달라"는 원망 섞인 푸념이 가득했다. 우리 금융산업의 5가지 적(敵)으로 꼽은 '정치금융'과 '나쁜 관치' '황제 금융' '순혈 금융' '포퓰리즘 금융'이라는 단어의 퍼즐에 그들이 고개를 끄떡인 것은 가슴에 가득한 응어리를 대변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금융 5적'을 다시 얘기하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이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가치를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율'이다.

경제학적으로 자율이란 단어는 '수요·공급의 원리'와 맞닿는다. 시장 경제의 메커니즘 속에서 수요와 공급의 곡선은 경제주체의 행복을 만드는 제1의 원칙이다. 그 원리가 무너지는 순간 경제 원리의 틀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판'의 자격으로 기업들에 회초리를 들이대고(때로는 자신들의 조직 이기와 연결돼 문제지만) 조세의 칼날이 가해지는 것도 시장 주체들의 이기심을 제어해 수요와 공급의 적정 함수를 만들기 위한 장치다.

심판 오버액션에 금융 발전 못해

하지만 여기에도 금도가 필요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심판'이 너무 많고 심지어 감독과 심판들이 경기장에서 선수와 같이 뛰려 하면 그 경기는 망가진다. 게임의 룰이 실종되는 것이다.

우리 금융산업이 후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심판들의 오버액션' 때문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곳곳에서 두더지처럼 심판들이 나타나 금융인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물론 그들은 금융인의 탐욕을 제어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 또한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지금 환경은 금융산업에 자율의 싹이 도무지 자라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마저도 금융의 실물 지원기능만을 강조하고 금융산업 자체의 부가가치 생성을 외면하니 외다리 성장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관피아 척결을 외치면서 사회 곳곳에 낙하산 금지령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금융회사를 향한 실력자들의 '인사 놀음'은 그치지 않는다. 관료 사회가 잠시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실세 정치인의 연줄을 타고 감사 자리가 속속 채워지고 있다. 임명권자가 주주도 최고경영자(CEO)도 그렇다고 감독기관도 아닌 '별에서 온 그대(권력자의 연줄을 타고 온 사람들)'이니 통제가 될 리 없다.

이뿐 아니다. 금융회사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감사원마저 심판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해괴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융을 감독하는 기관까지도 자율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자율성 상실이 풍토병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금융산업이 푸대접을 받는 상황에서 모럴해저드가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금융인들을 얕잡아 보니 고객들도 금융회사를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산업 부가가치 등 자율성 인정해야

은행과 보험회사는 물론이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까지 적당히 하면 돈을 떼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산업 자생력이 형성되고 '정직한 금융'이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금융 전문지 '더 뱅커'는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100대 은행 명단을 내놓았다. 이 속에 한국계 은행은 5개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곳이 68위다. 그나마 한 곳이 줄었고 세 곳은 순위가 밀렸다. 반면 중국계는 세계 10대 은행 중 네 곳을 차지했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막강한 돈의 화력을 앞세워 우리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동남아 자본들까지 머니 파워를 휘두르며 우리 금융시장을 침식하고 있다. '5적'이 우리 금융산업의 자율을 빼앗은 결과는 이렇게 초라하다.

/김영기 금융부장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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