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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녹십자 측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확대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오전9시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본사 강당. 임시주총 시작 1시간 전부터 주주들이 모여들었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중요한 안건이 상장되는데다 녹십자가 지난 16일 일동제약 지분 12.6%를 추가로 사들이며 경영참여를 선언했기에 주주들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1호 의안으로 상정된 '분할계획 승인의 건'은 45.4%의 반대로 참석주주 3분의2의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29.36%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 녹십자가 반대표를 던졌고 9.99%의 지분을 보유한 피델리티도 회사분할에 반대했다.
녹십자 대리인은 표결에 앞서 "회사의 미래 기업 가치를 고려할 때 회사분할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 녹십자는 일동제약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반대했다"는 게 녹십자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는 표결 후 "녹십자와 충분한 협의를 할 시간이 적었다"며 "앞으로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측이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은 34.16%로 녹십자홀딩스·녹십자셀 등 녹십자 측이 보유한 지분보다 불과 4.8%포인트 많은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 녹십자가 적대적 M&A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녹십자는 이 같은 적대적 인수합병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날 "일부에서 우려하는 적대적 M&A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앞으로 일동제약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녹십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녹십자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지주사 전환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동제약의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혈액과 백신 관련 제품 비중이 높은 녹십자 입장에서는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일동제약을 품에 안는다면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단순 투자 목적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M&A를 염두에 두고 지분 경쟁을 유도하며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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