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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 뿐인 고객님 대접


"혹시 은행 상대로 소송했다가 대출 원금 상환하라는 압박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요."

최근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자영업자 박우진(가명ㆍ57)씨. 그는 '대출 고객님'이 말로만 '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소장접수를 앞두고 주저하고 있었다. 소송에 필요한 서류는 이미 갖춰진 상태지만 박씨는 '갑'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가 입을지 모르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서류 준비과정에서 이미 '을'대접을 받아 더욱 불안해했다. 그가 애초에 거래했던 A은행 지점은 몇 년 전 통폐합돼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는 수 없이 사무실 근처에 있는 다른 지점에 가서 관련 서류를 부탁했지만 직원은 "예전 지점을 찾아가셔야죠. 여기서는 서류를 드릴 수 없습니다"며 거절했다. 수소문 끝에 예전 지점과 통합된 곳을 찾아낸 박씨는 왕복 2시간을 투자해 원하는 서류를 어렵사리 받아냈다. 절차상 대출계약 당사자가 가야 하는 탓에 일은 반나절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어쩔 수 없죠. 돈 빌린 우리가 약잔데…"라며 분을 삭였다.

지난달 이러한 대출관행에 제동을 걸었던 한국소비자원 측에도 비슷한 피해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가장 빈번한 예는 소송에 필요한 기본 서류인 근저당 설정비 납입 영수증을 은행 측에서 제공하지 않는 경우다. 대출계약을 작성한 지 수년이 지나 근저당 설정비 납입 영수증이 없는 고객들이 재발행을 요청하면 은행은 '보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처럼 노골적으로 서류를 내주지 않겠다는 사례를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포털에서도 소송 이후에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은행들은 불안해 하지 말라고 한다. A은행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향후 대출에 제한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을에게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비용마저 떠넘겼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수많은 대출 고객들의 걱정이 막연한 불안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어느덧 소송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을이 8,000명을 훌쩍 넘었다. 진정한 고객님으로 대접받기 위한 이들의 싸움이 끝나는 때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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