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공기관이 뇌물 받고 여신한도 2700% 늘려줘

"모뉴엘 대출사기는 민관유착 비리의 결정판"

검찰, 모뉴엘·무역보험公·수출입銀 임직원 13명 기소

검찰 수사결과 발표

수출 실적을 조작해 3조4,000억원의 대출 사기를 일으킨 중견기업 모뉴엘의 사기극은 전형적인 민관유착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이 대출 사기를 수년간 이어가려면 여신한도 증액이 필수적이었는데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여신한도를 최대 2,727%까지 늘려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모뉴엘 대출사기·금융권 로비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2007년 10월~2014년 9월 수출실적을 조작해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4,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고 그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금품로비를 한 박홍석(52) 대표 등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받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 5명과 수출입은행 간부급 직원 2명, 세무공무원 1명, KT ENS 부장 1명 등 9명(구속 6명, 불구속 3명)도 재판에 넘겼다. 미국으로 달아난 무역보험공사 직원은 추적 중이다.

검찰은 “모뉴엘 사태는 전형적인 민관유착 범죄”이며 “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이 모뉴엘의 사기극을 사실상 공모했다”고 밝혔다.

모뉴엘은 저가의 홈씨어터 컴퓨터의 가격을 120배로 부풀려 해외에 수출하고 허위수출로 발생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해 대출을 받았다. 또 대출 빚을 또 다른 대출로 막는 ‘돌려막기’로 사기극을 계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를 늘리는 일이 필수적이었다. 대출금 중 일부는 허위수출 알선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와 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쓰였기 때문에 다음에 대출을 받을 때는 기존보다 더 많이 받아야 돌려막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모뉴엘은 금융공공기관에 필사적으로 로비를 벌였고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은 뇌물을 받고 여신한도를 급격히 늘려줬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여신지원 한도는 2011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131억원으로 무려 2,727%나 늘었다. 무역보험공사 역시 모뉴엘의 무역보험(수출채권유동화) 한도를 2010년 4,900만달러에서 2014년 7월 3억600만달러로 524% 늘려줬다. 시중 금융기관은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을 담보로 대출해줬기 때문에 무역보험 한도 증가는 여신한도 증가와 같은 효과를 냈다.



무역보험공사의 경우 뒷돈을 받고 모뉴엘을 ‘글로벌 성장사다리’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주기도 했다. 덕분에 모뉴엘은 대출 보증한도와 수출대금 미회수 보상한도 우대,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무역보험공사 임직원들은 그 대가로 최대 1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조계륭(60) 전 사장의 경우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뉴엘 명의 신용카드 등을 제공 받으며 모뉴엘의 뒤를 봐줬다. 수출입은행 직원 역시 1억원 상당의 뇌물을 챙겼다. 역삼세무소 세무공무원도 박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고 모뉴엘의 세무조사 기간을 단축해주는 등 특혜를 줬다.

모뉴엘은 기프트카드·현금·법인카드 제공, 고문료 위장 송금, 유흥주점 향응 제공 등 온갖 수법으로 로비를 벌였다. 강남 고급 유흥주점에서 하룻밤에 1,200만원을 접대비로 쓰기도 하고 기프트카드의 경우 담뱃갑과 비눗갑, 과자 상자 등에 넣어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대표는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대출사기를 일으켜 위기를 모면하려 했고 그 이후엔 회사 매출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에 로비를 통해 사기 규모를 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국책금융기관은 뇌물을 받고 여신한도를 늘려준 것은 물론 대출 관련 심사 자체도 소홀히 해 모뉴엘 사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모뉴엘이 지난해 12월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고 파산함으로써 미상환금액 5,500억원은 고스란히 금융기관 손실로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