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을 찾은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과 면담을 가진 직후 우리 정부에 GE와의 조인트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멀트 회장이 동북아 시장의 거점기지와 각종 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인 GE와 우리 기업들이 협력해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할 길을 만들어내라는 것이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비상 실무팀이 꾸려졌고 4개월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만들어졌다. GE가 자신들이 보유한 1,000개의 핵심기술을 우리 중견·중소 기업들에 공개하는 한편 GE의 브랜드를 달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 큰 협력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이 이 같은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인색한 국내 대기업들에도 본보기가 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26일 존 라이스 GE 부회장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GE의 △한국 투자 협력 △미래 성장동력 공동연구 △한국 중견·중소기업 역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번 MOU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GE의 기술이전과 해양플랜트 핵심기자재인 BOP의 생산라인 국내 투자 검토다. GE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우선적으로 350개 보유기술을 우리 기업들에 공개하면서 향후 1,000개까지 기술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GE가 공개하는 기술은 바이오·헬스케어·전자부품·조명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면 기술을 이전하고 지도해주는 역할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주력사업을 변화시킨 GE는 자신들의 덩치로는 하기 힘든 사업과 관련된 기술들을 우리 기업들에 이전하는 한편 기술을 이전받은 우리 기업들이 GE의 브랜드를 달고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지재권 라이선싱 및 브랜드 활용전략을 제시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받더라도 자체 브랜드로는 세계시장을 뚫기가 힘든 만큼 GE의 브랜드를 빌려 글로벌 공급망에 진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GE는 이와 함께 자신들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해양플랜트 기자재인 BOP의 해외투자 입지로 한국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BOP는 바다에서 유전을 개발할 때 유정 내부의 압력분출을 막아주는 시스템으로 해양플랜트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자재다. BOP의 생산라인이 일부라도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현대중공업 등 우리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기자재 조달이 더 용이해질 수 있고 GE 입장에서도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강국인 한국에 효율적인 기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박원주 산업부 산업정책국장은 "국내 대기업들하고도 크게 진척을 보지 못했던 중소 기술이전 협력을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MOU"라며 "상반기 중으로 우리 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해 성과 창출을 가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