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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예술을 하는 '1인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었던 밴드 음악이나 영화 제작을 개인이 도맡아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창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콘텐츠는 또 다른 예술장르로 환영받으며 화려하게 상업적인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지하실에서 홀로 만든 음악이 주류무대로=지난 13일 2집 앨범을 발매한 1인 밴드 '검정치마'는 등장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뮤지션이다. 집에 있는 지하실에서 혼자 작사ㆍ작곡ㆍ연주ㆍ노래를 하며 만들었다는 그의 1집 앨범은 한국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독창성이 배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2만장이 판매됐다. 지난 해 발매된 이효리의 4집 앨범 '에이치로직(H-logic)'이 1만 7,000여장 팔린 것에 그친 것을 볼 때 음악계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정치마를 이끌고 있는 조휴일은 2집 발매 기념간담회에서 "1집과 마찬가지로 지하실에서 작업했다"며 "나는 이 배(음악)의 유일한 선장이자 선원이다. 이 앨범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실히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세환 소니 뮤직 과장은 "혼자서 만드는 음악은 신선한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세상이 될 수도 있는데 '검정치마'의 음악은 신선함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 찬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처음으로 방한하는 미국 뮤지션 '아울 시티(Owl city)' 역시 혼자서 음악을 만드는 1인 밴드.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청년이었으나 지하실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꿈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의 음악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퍼졌고 혼자 힘으로 앨범까지 발매해 유니버셜 뮤직과 계약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첫 번째 싱글 'Fireflies'는 2009년 빌보드 싱글 차트와 UK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ㆍTV광고 등에 삽입돼 인기를 끌었다.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1인 콘텐츠=오는 9월 개봉 예정인 김기덕 감독의 영화 '아리랑'은 그가 혼자 기획ㆍ연출ㆍ연기까지 맡은 작품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김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담아냈다고 알려진다. 영화계에서는 김 감독의 사례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1인 영화 제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가의 카메라나 편집기기가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찍을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스마트폰 영화제에서는 일반인들이 홀로 제작한 영화 470편이 출품되기도 했다. 이처럼 '1인 콘텐츠'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다른 사람과 협업하기보다는 홀로 작업하고 싶어하는 최근 사람들의 심리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콘텐츠는 팀으로 작업하면서 타협하고 갈등을 겪는 것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버리는 것을 택하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며 "다행히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데 긍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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