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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월 7일] 저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입력2009-01-06 17:47:24
수정
2009.01.06 17:47:24
우울한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 토로를 넘어 화를 내고 있다. 원래 제 탓은 없고 남 탓이 많은 우리지만 지금처럼 전 정부 탓, 현 정부 탓, 어느 장관 탓, 어느 은행 탓이 봇물을 이룬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지금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사태를 맞아 혹독한 시련을 겪고 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자 역사의 교훈은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듯 또 한번의 시련을 펼쳐놓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지금 딱 걸려든 게 아닌가.
위기 신속 대응·정책 실천이 중요
이런 위기 때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사방에 불이 났으니 우선 불부터 끄고 볼 일이다. 여건이 좋을 때보다 나쁠 때 더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2009년이야말로 우리의 타고난 저력과 승부사적 기질을 십분 발휘하는 해로 만들어야겠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첫째, 정부가 할 일은 답이 나와 있다. 불도 아주 큰 불이 났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재정ㆍ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과감하게 전면적으로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은 맞다. 다른 나라들이 대처하는 방법만 봐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곧 길이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지금도 정부주도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안타깝기만 하다. 은행은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평소 거래기업의 옥석을 가려뒀더라면 정부주도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있었을 게 아닌가.
둘째, 이번에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 및 경제위기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 미국발 위기인데 우리가 유독 심하게 겪고 있다는 점 말고도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국가신용도가 낮아 잠재적 금융시장 불안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됐는가. 우리 금융정책이나 금융당국이 국내외적으로 신용위기를 가중시킨 면은 크게 유감이다. 정책당국 간의 속 좁은 갈등에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당국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의 신뢰를 낮게 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다.
셋째,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이 정해지면 일선 금융기관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나 금융인들은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자신에게 뒤탈이 가장 적은지를 너무도 잘 안다.
최근 변양호씨 사건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대통령이 몇 번씩 언급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차제에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다 설사 좋지 않은 결과가 오더라도 개인적인 책임을 묻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불이 났으니 불부터 꺼야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여러 해가 지나고 정부가 바뀌어도 개선되지 않는 많은 문제를 차제에 근원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노사는 여전히 대립하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일부의 결사적 반대에 부딪쳐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이 주장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그것도 불법ㆍ폭력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어렵게 문을 연 2009년 한 해가 달이 갈수록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마침 전 세계가 공조해 현 위기극복에 올인하고 있고 우리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경제회복이 가시화된다고 한다.
다만 이번 고통을 쉽게 넘기려 하지는 말자.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찾아내자.
한미 FTA 비준 등 서둘러야
그러자면 정부 그리고 지도층, 가진 자부터 절제하고 양보하고 베풀어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희생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가운데 짬을 내 지금 안팎으로 풀어내고 있는 유동성이 언제쯤 다시 거두어져야 할지도 살펴야겠다. 자칫하면 경제상황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는 이래저래 갈수록 더 바빠질 것 같다. 바쁘고 힘들겠지만 의미와 성과를 함께 일구는 2009년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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