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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 이슈] '차기 지도자' 내정 시진핑

혁명성지 시찰등 '中황태자 굳히기' 가속<br>내달 국가부주석 오르는 등 후계구도 마무리 수순<br>예비적 통치철학 잇달아 제시… 대중적 인기 모아<br>베이징올림픽 총괄맡아 성패여부에 영향 받을수도



“중국에서 민생문제는 사회문제이자 경제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문제다.” 180센티미터의 큰 체구에 후덕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갖고 있는 시진핑(55ㆍ習近平) 중국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은 지난달 11일 공산당의 혁명성지로 여겨지는 허베이(河北)성 핑산(平山)현의 시보포(西柏坡)를 찾아 현지 관리들에게 “마오쩌둥(毛澤東) 동지의 ‘양개무필(兩個務必)’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이 곳 시보포는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총서기직에 오른 후 첫 시찰지로 방문했던 곳으로, 시진핑은 이 곳을 첫 지방시찰지로 선택함으로써 오는 2012년부터 자신이 후 주석의 뒤를 이어 10년간 중국을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오버 랩’ 시킨 것이다. 시진핑이 최근 이민위본(以民爲本ㆍ국민을 근본으로 삼음)을 자신의 예비적 통치철학으로 제시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시보포에서 당원들의 청렴과 근면ㆍ검소, 고난을 무릅쓴 분투를 뜻하는 마오쩌둥의 ‘양개무필’을 강조한데 이어 이달 18일에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조직업무회의에서 발표한 ‘인재등용 6대지침’을 통해 ▦바른 품행 ▦과학적 발전관 ▦묵묵한 헌신 ▦생산일선에서의 경험 ▦창의적 실천 ▦대중의 이익을 위한 노력 등 여섯 가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을 밝힘으로써 국민들 앞에 바짝 다가섰다. 시진핑의 이 같은 정치행보는 중국 대중들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웹사이트에 가 보면 “시진핑이 제창한 ‘6대지침’은 새 시대를 맞는 중국 공산당에 적절한 인재 등용관을 제시한 것이며 국민들이 기대해 오던 것”이라는등 그의 ‘6대지침’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시진핑을 ‘황태자’로 만드는 중국 정가의 작업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25일 개막된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17기2중전회)는 그를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오르면 라이벌인 리커창(李克强) 상무위원과의 ‘포스트 후진타오’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당 총서기에 오르기 직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꿰차면서 제4세대 최고 지도자로서 공식 인정을 받았었다. 시진핑은 또 내달 5일 개막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국회)에서 국가부주석에 오름으로써 ‘황태자’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후진타오 주석의 잔여임기가 5년이나 남겨진 현 시점에서 후계작업이 이처럼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체제안정’을 바라는 중국 지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관측통들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태자당(太子黨ㆍ전직 고위 간부 출신 자제)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진핑의 급부상을 계기로 차기 중국 권력의 주도권이 후 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에서 태자당으로 넘어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판이 짜여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은 전인대 부위원장과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고, 한 때 ‘총서기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던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태자당의 대표인물이다. 산시(陝西)성 푸핑(富平)에서 태어나 칭화(淸華)대 법학부를 나온 시진핑은 푸젠(福建)성장과 저장(浙江)성 당서기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상하이(上海) 당서기를 역임했고, 앞으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현 시점에서 군부 장악력 등에서 차기 지도자로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979~82년 중앙군사위 판공청 비서를 지내 군 업무에 익숙한데다 인민해방군 내 태자당 계열 인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 가수’로 유명한 펑리위안(彭麗媛ㆍ46)이 부인이라는 점도 대중적 인기를 추구하는 시진핑에게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런 시진핑이 최근 베이징올림픽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주최국으로서 사상 처음 올림픽 종합우승이 유력한데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功)이 그에게 돌아간다면 ‘황태자’ 자리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올림픽에 차질이 생긴다면 시진핑은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벌써 베이징올림픽 개ㆍ폐막식 예술감독직을 제의 받았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참여를 거부했고, 대기오염과 식품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림픽 이외에도 그가 맞닥뜨려야 할 풍파는 적지 않아 보인다. 차기 후계자를 예약한 시진핑에게는 올림픽 총괄이라는 중책도 높아지는 대중적 인기도 모두 ‘양날의 칼’이다. 향후 5년간 시진핑의 대권가도가 가시밭길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탄탄대로만 열려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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