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넘치는 돈의 딜레마] <12·끝> 정부發 유동성 거품 막아야

"비거주자 토지보상債 즉시 현금화 규제를" <br>지난해 토지보상금 23兆중 96%가 현금 지급<br>외지인 10명중 9명꼴로 他투자처 찾아 기웃<br>"보상금 때문에 대책 약발 안먹혀" 한은도 난감



“과잉 유동성을 유발하는 한 축에는 정부가 있다.” 저금리로 인해 발생한 과잉유동성은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 하더라도 지난 5년간 정부가 신도시ㆍ행정중심복합도시ㆍ혁신도시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린 100조원에 육박한 돈이 과잉유동성을 유발하는 큰 축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과잉유동성의 규모는 350조~500조원 수준. 토지보상금(100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림 잡아도 20%에 달한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국토균형발전에 따른 수십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은 과잉유동성 유발의 큰 축이었다”며 “앞으로도 매년 20조원 안팎의 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세배로 커질 토지보상금=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각종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돈은 87조원 정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동탄 2신도시 보상금 등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 5년간 100조원 안팎의 돈이 보상금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토지보상금이 보상액 수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보상된 87조원 중 일부는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등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하는 지렛대가 된다. 유동성 창출이 반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87조원은 수백조원의 규모로 커질 수 있다. 토지보상금이 미칠 파괴력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유동성창출’ 과정 때문이다. 더구나 토지보상금의 상당액이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 공익사업 수용 등으로 인해 풀린 토지보상비 23조6,000억원 중 96%인 22조6,000억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다. 현금으로 지급된 만큼 그 돈을 간섭할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하게 돼 보상금의 96%는 자금시장에서 망아지처럼 날뛰면서 마음껏 또 다른 유동성을 창출하고 있다. ◇“비거주자 보상금이라도 규제해야”=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발지역 거주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돈의 경우 사용처를 규제하기 어렵지만 비거주자의 경우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토지보상금은 통상 원주민(개발지 반경 10㎞ 이내 주민) 지주에게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외지인 지주에게는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주택공사ㆍ토지공사ㆍ지방개발공사 등에서 발행한 채권으로 보상하고 있다. 문제는 외지인에게 지급되는 채권 보상액의 상당수가 바로 현금으로 전환된다는 점. 증권사 등이 채권을 수집해 일정 비율로 할인한 뒤 현금화하는 과정을 대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화로 인해 통상 3년 만기인 채권이 바로 현금으로 전환돼 다른 땅을 사거나 금융 상품에 투자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관련 세무상담을 해줬던 한 세무사는 “개발지역의 보상금을 받는 외지인의 비율도 상당하다”며 “외지인은 10명 중 9명 이상은 모두 채권을 현금화해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비거주자의 대부분은 사실상 투기적 수요자가 아니냐”며 “채권할인 등의 행위도 제한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막대하게 풀린 토지보상금을 흡수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기보다는 기업투자 쪽으로 유도하는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유동성을 잡기 위해 대책을 내놓아도 막대하게 풀린 토지보상금은 비웃기라도 하듯 대책을 짓누르고 있는 꼴이다.” 중앙은행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년 동안 한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과잉유동성이 줄어들지 않은 원인의 중심에 정부의 막대한 토지보상금 지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총재 역시 최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지난해에는 부동산 가격에 관심이 있었는데 올해는 빠른 유동성 증가 속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흡수를 위한 마지막 카드인 ‘콜금리 목표치 인상’의 조치가 임박했음을 뜻한다. 다만 콜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막대한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 부담도 증가돼 내수회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 역시 반짝 상승세인지 대세 회복인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쪽(한국은행)에서는 긴축을 해 유동성을 줄이려고 하는데 다른 한쪽(정부)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풀어버리니 어떻게 제대로 된 통화정책이 나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