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과 금융업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씨티그룹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미 자본주의를 상징하며 전세계를 주름잡던 GM과 씨티의 추락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두 회사가 파산할 경우 미국 경제에 실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도 회생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경우 이사회가 CEO의 기존 입장을 벗어나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을 만큼 암울한 상황이다. 릭 왜고너 회장이 지난 18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을 거듭 촉구했지만 미 의회는 25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가늠할 표결을 오는 12월8일로 늦췄다. 경영진과 노조 공동의 모럴해저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도 당초 ‘적극적인 지원’에서 ‘자구책을 보고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보인 자동차 업계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시중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GM 등 빅3는 12월2일까지 자체적인 회생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감원ㆍ임금삭감 등 혹독한 조치가 없다면 미 파산법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GM은 캐나다 온타리오 트럭 공장을 계획보다 일찍 폐쇄하기로 하고 미국 공장 3곳과 온타리오 등 4곳의 연말 2주 휴가를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GM 지원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제금융을 지원한다고 해도 수익성이 있는 회사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GM 파산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회사가 파산을 신청하기 전 채권자들끼리 채무를 재조정하는 이른바 ‘프리패키지(pre-package)’ 파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GM의 자체 회생안이 의회를 만족시킬 경우 250억달러의 투입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을 감안하면 너무 희망적인 관측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생존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이사회와 왜고너 회장 간 불협화음도 회사 운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씨티그룹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언론들의 보도를 일축하며 “현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우량 자회사인 스미스바니증권도 계속 갖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회사의 자산 및 유동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팬디트 CEO의 발언이 회사 부실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수사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리먼브러더스도 파산 일보 직전까지 현실을 호도했다”며 지난주 말 주식을 투매했다. 전문가들은 씨티의 덩치를 감안할 때 결국 정부가 손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볼앤게이너인베스트먼트의 매트 매코믹 매니저는 “씨티는 대형 은행이어서 정부가 특별 케이스로 다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이미 씨티에 250억달러의 혈세를 투입한 처지다. 특히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은행을 해외에 매각하기도 부담스러운 만큼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조달해서라도 씨티의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아직까지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미국 정부가 씨티를 다른 대형 은행과 합병하는 것을 돕거나 스위스 정부가 UBS에 했던 것처럼 대규모 자산을 매입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잇따라 지원 받은 미 최대 보험사 AIG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G는 내년 초까지 알짜 자산인 항공기 리스 회사 ILFC를 매각할 방침이다. 매각규모는 100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AIG는 자회사 알리코의 지분을 중국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제금융을 갚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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