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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사진) 일본은행(BOJ) 총재가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부진한 개혁에 조급증을 드러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앞선 두 개의 화살(통화완화·재정지출 확대)을 통해 쌓은 경제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로다 총재는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구조개혁 정책의) 이행이 핵심이며 가급적 빨리 실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실질 성장률은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 것이며 이는 경제와 사회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베 체제 출범 이후 일본 경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올 1·4분기까지 6분기 연속 경제성장률(GDP)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통화 및 재정을 통한 이 같은 일시적 부양 효과의 약발이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아베 정부는 다음달 중 △법인세 감면 △농업 분야 개혁 등을 주요 뼈대로 한 구조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구로다 총재는 "이제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장 개방 △출산 경력 여성의 활용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중기 잠재 성장률은 1% 아래"라며 "이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종국에는 인플레이션만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뿐 실질 경제성장은 빈약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구로다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규제개혁 및 투자촉진 등 아베의 구조개혁 노력이 미진한 것에 대해 조급증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구로다 총재는 최근의 통화 강세 현상에 대해 "엔화 가치가 더 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환율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대규모 통화 확대 등으로 지난해 20% 이상 가치 하락을 경험했던 엔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3% 이상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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