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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5월 13일] 막걸리업체, 은혜를 뼈에 새겨야

어느 술자리였다. 옆자리에 앉은 한 할아버지의 열변이 귀에 들어왔다.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드시는 중이었는데 막걸리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10년 전 방식과 원료 그대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막걸리 열풍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십수년간 줄어든 적이 없던 소주ㆍ맥주의 매출을 주춤하게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실제로 요즘은 어떤 자리에서도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등산 후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골프장에서도 인기 주종이며 젊은이들이 클럽에서도 막걸리를 찾을 정도로 남녀노소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막걸리 선택의 경향을 살펴보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막걸리를 찾던 소비자가 이제는 원료의 건강함, 즉 원산지를 따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걸리는 가공의 형태가 가장 단순해 원료의 신선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술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따지면 샐러드나 생선회 같은 술이다. 조금 덜 신선한 재료의 경우 국거리로는 써도 날것을 그대로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비해 막걸리 제조업체의 변화는 더디다. 지금 막걸리 업체는 세가지로 나뉘어 있다. 수입쌀로 막걸리를 빚는 제조사와 일부 제품만을 국산 쌀로 빚는 회사, 그리고 국산 쌀만을 고집하는 회사가 있다. 막걸리는 주세가 다른 주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맥주나 희석식 소주 등 다른 주류와 비교해 일종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막걸리는 당연히 우리 술,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술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사회적 인식이 막걸리에 준 혜택을 이제는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돌려줄 때다. 막걸리 제품 라인업에 국내산 쌀을 일부 사용하는 식의 구색 맞추기는 곤란하다. "우리 쌀로 빚어야 막걸리다. 이놈아!"라는 할아버지의 호통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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