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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손을 털 때 봐야

골퍼들은 흔히「장갑 벗을 때 가봐야 안다는 말을 한다」 파·파·버디로 승승장구하다가도 와장창 죽을 쑤는 경우가 있고 보기·더블보기 행진에서 착실히 스코어를 아껴 자기 페이스를 다시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손 털때 가봐야 안다고.」 증권시장이 벌겋게 달아올라 계산상 많이 번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그 반대로 바닥에서 한숨 짓다가 느닷없이 본전 찾고도 남았다고 희희낙락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주식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과정에서는 어느 순간의 결과를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주가기복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주식투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오랫동안의 주식거래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증권계에서 잔뼈가 굵고 증권회사 사장도 지낸 어떤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에게 원망받지 않고 무사히 증권계를 떠나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 비결은 주변 사람들한테 채권투자를 권유한 까닭인 듯하다. 증권회사에 있는 동안 어떤 주식을 사면 좋으냐는 질문을 무수히 받았다. 그때마다 채권을 사라고 했다. 뒤돌아보면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다 돈을 번 반면에 주식에서는 낭패 봤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증권계 동료들 중에는 주식투자를 권유했다가 잘못되어 원망받고 손해를 개인적으로 채워주느라 혼난 사람들이 많다. 주식투자쪽이 스릴도 있고 한몫 볼 수 있는 「남자들」 일처럼 보이나 실패율이 대단히 높다. 채권투자 쪽은 이자율이나 따지는 쩨쩨한 작업같이 보이는 데 대부분 실속을 차렸다는 얘기다.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사업을 하는 경우 부도를 낸 사람이 많고 채권쪽에 집착하는 사람이 대체로 사업에서도 성공했다는 정평이 나 있다』 근래 금융사기사건이 자주 보도된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속아 난리를 치는 사례이다. 「과욕이 탈」이라고 누구나 말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그런 사건이 되풀이 된다. 주가가 치솟을 때마다 만족한 웃음을 짓는 투자자가 부각된다. 축하하면서도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주식속담이 떠올라 걱정하는 것은 소심(小心)한 탓일까. 또는 주식투자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의 바보같은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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