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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억만들기' 가능한가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00년대 들어서 대한민국의 사회적 이슈는 ‘부유한 사회’다. 2000년대와 오는 2010년대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하는 부유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평생 모아야 1억짜리 통장하나 만들기 힘든 일반인들은 10억의 꿈을 이루려고 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10억 만들기 책도 읽고 로또도 사고 경륜도 하고 마약밀수도 한다. 그러나 10억 만들기는 그렇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10억짜리 은행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만명이 안된다. 50억짜리 통장은 4,000개에 불과하다. 지난 2003년에 종합소득세 5억 이상을 신고한 사람은 3,000여명에 불과하다. 1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기업체 임원은 2만2,000명에 불과하고 1억 이상을 버는 자영업자는 세금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아 정확한 추산은 힘드나 대략 10만명 이내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개인적금 총액이 320조가 안된다. 이것을 10억으로 나누면 32만명이 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이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는 딱 32만명이 10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힘들다. 500억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서너명 되고 100억짜리 계좌도 수십개에 달한다. 10억 만들기라는 사회적 이슈는 그렇게 쉽지 않다. 대한민국 전체 은행예금을 공평하게 10억씩 나눠 가져도 10억 부자는 불과 32만명밖에 될 수 없는데도 대중들은 오늘도 10억을 꿈꾼다. 수출이나 신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의 부가 현재보다 수천배 증가해도 10억 부자는 대한민국에 몇 백만명밖에 안된다. 산업화시대 이후 우리나라에는 크게 두 가지 인플레가 생겼다. 하나는 경제적 인플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심리적 인플레이다. 경제적 인플레란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국민소득 1,000달러에서 1만달러시대로 옮아가면서 생활의 기반이 좋아진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은 진짜 수입한 프라다 백을 사고 일반인들은 그것보다는 못하나 그래도 들고 다닐 수 있는 프라다의 가짜인 파고다 백을 산다. 부자는 곰 발바닥을 먹고 일반인은 돼지껍질을 먹는다. 강남 사람은 BMW를 소나타처럼 타고 다니고 강북 사람은 진짜 소나타를 탄다. 경제적인 인플레화되면서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풍요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심리적 인플레란 무엇인가.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상 중에 사회적 모방현상이 있다. 돈 많은 사람이 마케도니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면 일반인은 마케도니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발리에는 다녀온다. “누구는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느냐. 돈 많은 집안에서 자녀의 과외선생을 수입자동차로 모셔온다면 나는 과외선생을 택시로라도 모셔야지….” 사회적 모방현상이 산업발전에 이득이 될 수도 있고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이득이 되는 면은 사회적인 수요를 확대하면서(부자의 과소비를 전체 사회로 확산시키면서) 경제 재생산의 기초가 되는 것이고 손실이 되는 면은 가지고 있는 돈보다는 더 많은 욕구를 무의식 중에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모방이 개인적 모방화가 되면서 사회전체는 ‘부자의 꿈’을 꾸게 되고 사회적 병에 전염된다. 10억 만들기는 그냥 지나가는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 10억을 만들자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것은 남의 돈을 강탈하자는 것과 동일하다. 10억을 모으자는 희망은 마음속으로 굳게 간직하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돈을 모으는 길을 찾아야 한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동참하든지 남극탐험대에 참여해서 미생물을 발견하든지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든지 일년에 한번만 닦으면 충치가 방지되는 치약을 만들어라.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부자 마인드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초인적인 절약을 하고 하루에 17시간을 돈을 생각하면서 50원짜리 동전을 모아서 부자가 됐다. 힘들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힘을 내서 하면 10억은 아니나 5억에는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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