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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제대로 깨닫는 계기됐으면…

■ 관객 260만 넘은 영화 '26년' 한혜진<br>마치 역사 속에 있는 듯 촬영 내내 묘한 느낌 들어<br>마음 따뜻한 관객 많아 흥행에 큰힘 된 것 같아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였다. 1980년 5·18 광주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26년'은 2008년 처음 제작을 시도했다가 촬영을 열흘 앞두고 투자 하겠다던 회사가 돌연 투자 불가 의사를 타진, 제작이 무산됐다. 당시 여주인공 심미진 역의 주인은 배우 김아중 이었다. 갑작스레 제작이 난항을 겪자 영화에서 하차했다. 이후 4년, 영화는 시민들에게 소액 투자를 받는'제작두레'방식으로 제작비 일부를 마련해 마침내 촬영에 들어갔다. 여주인공 심미진 역은 한혜진(31·사진)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극 중 심미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자녀로, 학살의 주범인'그 사람'을 단죄하고자 복수 프로젝트에 가담하는 前 국가대표 사격선수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한혜진이 심미진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혜진은"영화가 개봉되고 난 후 (자신을)괴롭힐 일들을 주변에서 하나, 둘 일깨워줬지만 그럼에도'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영화 선택 동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용기 있는 선택이라 치켜세우는 주변 반응에는"외려 치켜세워야 할 분은 끈기 있게 제작을 이어온 영화사 대표와 제작두레에 참여한 이들"이라며 공을 돌렸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한혜진은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때다. 그는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오월愛'와'PD수첩'등 시사 프로그램들을 통해 계엄군과 유가족들의 실상을 접했다"고 했다."길 가던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남겨진 사진만 봐도 자명한 일인데, 이를 두고'정당한 역사라 말하지 말라''폭도였다'라고 주장하며 5·18기념관 앞에서 여전히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겪은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혜진은 영화 촬영을 이어가면서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촬영 현장이 참 묘했어요. 당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에서 촬영이 이뤄졌거든요. 현장에 있는 우리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역사가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이 영화 멋지게 만들어야 된다'는 힘이 괜스레 샘솟았죠."

영화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촬영기간과 여러 곡절을 뒤로 하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배우와 시민의 의지가 맞닿아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는 약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한혜진은 영화가 사랑 받는 이유로"관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제 트위터에'잊고 지낸 지난 시간이 너무 부끄럽습니다'라는 멘션(글)을 많이 남겨주세요. 이 역사가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 늘 깨어있고자 하는 지혜로운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영화 흥행에 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재는 물론 영화 개봉 시점이 대선과 맞물리며 정치색을 덧씌우려는 반응이 적잖은 것도 사실. 한혜진은"아픈 역사를 두고 함부로 악성댓글을 다는 건 아픈 역사를 지나온 이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금 역사를 제대로 알고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한혜진은 영화'26년'을 자신의 대표작이라 주저 없이 말했다."작품 시작 전부터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은 때가 없었어요. 많은 관심과 질타를 함께 받고 감내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게'26년'이라 다행이고 기쁜 것 같습니다. 하나 얻어 걸린 거죠. (웃음)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캐릭터의 힘을 빌리기 보다 입체적인 인물을 디테일 하게 표현하면서 연기 잘 하는'배우'라는 말을 꼭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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