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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월 18일] '쌀 직불금' 부정수령, 실체규명이 먼저다

고위공직자 등의 부정수령으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과 부정덩어리다. 3년 동안의 부실한 운용에 따른 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부정수령, 감사를 하고도 부정수령자 명단을 폐기한 점 등 처벌에 주저한 감사원의 석연치 않은 태도, 부정수령한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실체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공직사회를 마녀 사냥하듯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부정수령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원의 부정수령 공직자 등의 명단공개가 선행돼야 한다.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명단을 폐기한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위기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비위를 감찰할 기관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쌀 직불금 부정수령이 양도소득세 등의 탈세방편으로 활용됐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평균 100만원 안팎의 쌀 직불금에 집착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공장부지ㆍ포도밭 등까지 농지로 둔갑시켜 직불금을 받아내는 상황에서 악용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쌀 직불금이 시작된 지난 2005년 이후 8년 이상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 건수가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을 조사해야 한다. 정부는 부정수령의 실체규명을 더 서두르고 쌀 직불금이 왜 탈세 등에 이용되는 눈먼 돈이 됐는지 원인을 밝혀야 한다. 농업인구 중 60%가 임차농인 상황에서 쌀 직불금은 기준이 애매모호해 부정수령은 물론 이를 둘러싼 농지주와 임차인 간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직불금을 부정 수령한 사람 중 상당수가 농사를 짓지 않은 임대인이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농지 원부를 정비하고 운용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농지 원부를 정비했다면 토지대장과 직불금 신청자의 농지면적과 번지가 다르고 용도 변경된 토지까지 직불금을 타먹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농민의 분노가 무서워 움츠릴 것이 아니라 부정수령의 실체를 밝히고 제도를 정비해 진정한 농민을 위한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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